'애니콜 신화' 이기태, 연세대 강단에 선다

공과대 정교수로…IT경험 진수
"애플ㆍ구글 같은 기업 나오려면 젊은 대학생 창의적으로 키워야"
"연세대로부터 교수직 제의를 받았는데…차마 못하겠다는 대답을 하지 못한 거죠."

삼성전자 '애니콜'신화의 주역인 이기태 전 부회장(62 · 사진)이 다음 학기부터 연세대 공과대학 정교수로 교단에 선다. 그는 교수직 수락배경을 묻는 질문에 "남을 가르친 경험이라곤 통신학교 교관을 한 게 전부인데, 제가 뭐 학생들을 잘 가르치겠느냐"면서도 "다만 지난 30여년 동안 쌓은 감각과 실전 경험을 학생들에게 잘 전수해 주면 기업과 국가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절반은 무심하고,절반은 통달한 듯한 특유의 화법은 여전했다. 올초 삼성이 퇴임 최고경영자(CEO)에게 제공하는 온갖 대우와 지원프로그램을 물리치고 야인(野人)생활을 자처한 터였기에 그의 강단행은 경제계와 학계에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연세대는 인천 송도에 세워진 국제 캠퍼스에서 공학과 경영학을 접목한 융합과목에 대한 강의를 이 전 부회장에게 맡길 예정이다. 대학 관계자는 "비록 이 전 부회장이 전기공학분야 학사학위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한국 무선통신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역량이 실용적이면서도 글로벌한 교육을 중시하는 송도 캠퍼스 특성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르칠 것이냐는 질문에 "정보기술(IT)이 여러 산업분야에 융 · 복합화되는 추세에 있는 만큼 이론보다는 실질적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연구과제를 부여할 것"이라며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로 학생들이 커갈 수 있도록 개인적인 커리어 관리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전 부회장은 "세계 IT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구글이나 애플의 혁신도 대학시절 탄탄한 실력과 인문적 소양을 잘 닦은 젊은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우리나라도 대학생들을 잘 키워놓아야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대학시절부터 체계적으로 앞날을 준비하면 양질의 벤처기업 양산은 물론 산업계 전반에 활력이 생겨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이 전 부회장은 2007년까지 7년 동안 삼성전자 정보통신사업을 총괄하며 연구 · 개발(R&D) 혁신을 통한 '고급화' 전략을 펼쳐 2005년 세계 정보통신 분야 최고 영예로 꼽히는 IEEE(전기전자공학협회) 산업리더상을 받았다.

그는 요즘 애플 아이폰이 세계 스마트폰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양상에 대해 "삼성전자가 잘 대응하고 있고 안드로이드의 개방형 운영체제도 확산돼 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좋은 승부가 이뤄질 것"이라고 짤막한 촌평을 내놓았다. 다만 한국이 스마트폰 주도권을 애플에 내준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에 우리도 잘 할 수 있는 기회와 의지를 갖고 있었는데 안팎의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