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저임금 파업' 동남아까지 번졌다

캄보디아, 최저임금 인상 요구
베트남 신발공장도 스톱…中떠나 동남아 가려던 기업 비상
중국에서 촉발된 임금 인상 파업 사태가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저임금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을 떠나 상대적으로 임금이 싼 이 지역으로 생산거점을 옮기려던 일부 다국적기업들은 새로운 변수에 부딪치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중국의 노동계 소요 사태가 동남아 지역으로 복제돼 번져가고 있다"며 "동남아 지역 노동자들도 중국 노동자들처럼 처우개선과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는 이달 들어 다수 기업체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수준을 놓고 사측과 이견을 보여 사흘간 한시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베트남에서도 대만계 신발제조업체 노동자 수천명이 임금 인상과 복지 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런 노동분규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중국 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파업 사태와 유사점이 상당히 많다.

동남아 저임금 국가의 파업 사태는 특히 인건비가 갈수록 커지는 중국에서 캄보디아나 베트남 등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해온 다국적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캄보디아의 프놈펜 공항 인근 공업단지인 '프놈펜 경제특구'의 경우 2년 전만 해도 기업 입주가 뜸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일본계 신발업체가 입주한 데 이어 유니클로,GAP 등 유명 브랜드로부터 수탁 생산하는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 대만 등의 섬유업체는 물론 화학 부품 기업의 입주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저임금 생산을 놓고 중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캄보디아나 라오스 베트남 등의 동남아 지역 정부도 자국 내 임금 수준이 중국보다 훨씬 낮다는 점을 내세워 해외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올 1분기에만 290개의 외자기업을 유치했다. 전년동기 보다 56%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도 노동계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늘면서 노동쟁의가 증가하고 있어 다국적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임금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알려진 캄보디아 의류생산 업계의 경우 한 달 임금이 생활수당 6달러를 포함해 56달러 정도다. 캄보디아 정부는 5달러 인상을 제시했지만 8만명 이상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자유무역조합'은 최저임금을 70달러로 인상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정부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금보다 임금을 25% 더 올려달라는 요구다.

다른 국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외자기업 노동자에 한해 최저임금을 100만동(약 52.5달러)으로 올렸다. 또 라오스도 최저임금을 34만8000키프(약 45달러)로 20% 인상했다. 존 리초테 국제노동기구(ILO) 관계자는 "임금을 둘러싼 노사 분쟁은 동남아에서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때는 독립노조가 없는 라오스나 베트남에서도 분쟁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이 같은 노사 분쟁이 이 지역에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은 해외 다수의 기업들에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개방적인 사업환경 덕분이다. 캄보디아의 경우 해외 기업은 현지설립 기업에 대해 100%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FT는 전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