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나라당의 '이상한 룰'

요즘 한나라당 출입기자들은 7 · 14 전당대회의 출마자 숫자를 놓고 헷갈린다. 출마자는 분명 14명인데 한나라당은 공식적으로 13명만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유인즉슨 김영수 한나라당 상임전문위원 때문이다.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김 위원은 한나라당 관계자들 사이에는 당내 선거가 있을 때마다 출마하는 단골후보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이번 전당대회에도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한나라당 인사들은 이전의 당내 선거 때는 김 위원의 출마를 말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그의 출마를 말리고 있다. 실제 한나라당 사람들은 지난 4일 저녁 6시 후보자 번호를 추첨하는 시점까지 김 위원에게 출마를 번복하도록 설득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측은 이에 물러서지 않고 김 위원을 후보자 명단에서 빼고 발표하고 있다. 후보자는 있는데 명단에서는 제외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 때문이다. 컨벤션 효과란 전당대회 혹은 경선 행사가 흥행에 성공하면 해당 정당의 지지율도 따라 오르는 효과를 일컫는다. 7 · 28 재 · 보궐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는 한나라당으로선 이 효과가 절대 필요한 시점이다.

문제는 전당대회 출마자 후보 등록자가 모두 14명이 되면서 당이 생각하는 적정(?) 수준을 넘겼다는 점이다. 통상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카메라가 한 화면에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숫자는 8~9명이다. 전당대회 당일 14명이 10분씩만 연설해도 2시간20분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후보군을 적정 수준으로 줄이는 게 좋다. 그래서 후보자를 일정 규모로 제한하는 '컷오프' 도입을 심각하게 검토했다. 결국 이 제도 도입은 무산됐다. 그러나 '가능성 없는 상습 후보자'는 후보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과감한(?) 행동을 한 것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하기로 한 다른 후보자는 "흥행도 좋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헌법상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참정권을 갖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까지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부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