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Let's Master BSC‥성급한 도입은 '毒'…초기엔 공감대 만들어 참여 이끌어내야

# A사에서 생긴 일

A사는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 수립 후,전략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BSC(균형전략실행체계)를 2008년 도입했다. 내부적으로 새로운 관리도구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으나,사장의 추진의지가 워낙 확고해 직원들은 마지못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임원들은 영업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실무자에게 모든 것을 맡겼고,기존의 업무로 바쁜 직원들은 회의적인 태도로 마지못해 일을 했다. 그 결과 조직의 전략과 관계없는 (BSC적 용어로 말하면 정렬되지 않은) 일상업무 중심의 핵심성과지표(KPI)들이 다수 도출됐다. 심지어 노동조합은 직원들을 좀 더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려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략기획팀에서는 도입할 때 모든 것을 일시에 해결하려는 마음이 앞서 이미 BSC를 도입했던 다른 기관의 모든 방법론을 끌어다 적용했다.

우여곡절 끝에 BSC 전략실행체계 구축이 완료됐지만,전략 실행력이 높아지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KPI를 도출할 때 부서마다 중요한 모든 일들을 빠짐없이 담다 보니,너무 많은 수의 KPI가 생겨 관리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KPI를 측정하고 회의자료를 준비하는 데 실무자들이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게 됐고,결국 전략기획팀은 KPI 수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IT시스템 역시 BSC 운영 프로세스가 확정되기 이전에 구축된 탓에 프로세스상의 변경사항이 있는 경우 시스템을 다시 고쳐야 하는 번거로운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전산실도 참지 못하고 잦은 시스템 변경 요청에 대해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회사는 할 수 없이 최소한의 기능만을 고치고,프로세스가 확정된 이후 다른 기능들을 한꺼번에 조정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성과 모니터링 회의는 부진한 실적에 대한 원인 분석과 대응방안 마련을 위한 논의에 초점이 맞춰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잘한 일 중심의 나열식 보고로 이어졌고,실적부진에 대해서도 그저 열심히 해서 만회하겠다는 식으로 지나치기 일쑤였다. 모니터링 회의 준비에 과다한 시간이 소요됐지만,정작 회의에서는 주요 문제점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나 의사결정이 되지 않아 회의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만 높아졌다.

KPI의 목표치도 위해서 정한대로,즉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설정한 목표치 자체가 문제됐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도전적인 목표 설정이 각 부서원들에게 부담이 됐고,결국 의욕을 상실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성급한 도입과 소통 부재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전략기획팀장은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고,해당내용을 사장에게 보고했다. 설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5%의 직원만이 전략을 이해하고 있다고 응답 △25%의 관리자만이 전략과 연계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응답 △관리자의 85%가 전략에 대해 토론하고 관리하는 데 1개월에 한 시간 미만의 시간을 활용한다고 응답.

제도 도입에 대해 모든 직원이 반긴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그간 1년 가까이 프로젝트를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직원들의 이해수준과 관리자들의 참여는 극히 저조했다. A사의 문제는 사실 우리 기업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 이유는 대체로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첫째,제도 설계에서부터 IT시스템 구축까지 한번에 모든 것을 다 하려고 접근한 것을 들 수 있다. 제도는 한번에 완벽하게 설계되기 어렵다. 우리 조직에 맞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고,내부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도입한 것이 문제였다.

둘째,도입 초기에 조직원의 참여와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조직원이 제도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소통하는 노력이 부족했다.

셋째,BSC 운영단계 시 발생하는 주요 이슈 및 문제점에 대해 충분한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했다. 도입만 하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전략집중형 조직 만들기

캐플란 교수와 노튼 박사는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BSC를 도입해 탁월한 성과를 거둬 BSC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상을 받은 기업들을 집중 연구,공통적인 성공요소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이 모델을 '전략집중형 조직(SFO · Strategy Focused Organization) 5원칙'이라고 명명했다. 5원칙은 △1원칙:최고 경영층의 리더십을 통한 동기부여 △2원칙:전략을 실행가능한 언어로 구체화 △3원칙:전략을 중심으로 한 조직의 정렬 △4원칙:전략을 모든 사람의 일상 업무화 하기 △5원칙:전략의 지속적 프로세스화 등이다. 이 원칙을 떠올리며 BSC를 도입,운영함에 있어 성공하기 위한 핵심 팁(tip)을 정리해 본다.

1.조직 수준에 맞춰 제도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라=다른 조직에서 잘 활용되고 있는 제도라고 해서 우리 조직에도 동일한 수준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의 역량 수준을 고려해 중 ·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BSC 도입 초기에 조직원의 참여와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내야 한다.

2.올바른 KPI를 선정,관리하라=조직원의 올바른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KPI를 선정해야 한다. 만약 어떤 동사무소에 민원처리율이라는 KPI가 설정됐다고 가정해 보자.담당자는 처리하기 쉬운 민원만 접수받아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기 쉬울 것이다. 업(業)의 본질과 특성을 이해하는 KPI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올바른 KPI가 정확하게,적시에 측정되기 위해 정보 인프라의 향상이 필요하다.

3.전략의 정렬에 신경쓰라=BSC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영진과 직원 간,전사전략과 개인업무 간,위와 아래를 이어주는 다리로서의 역할이 그것이며,이 부분이 BSC의 핵심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하다.

4.다른 제도와의 연계 및 통합을 고려해 설계하라=BSC의 효익 중 하나는 각각 운영되는 제도들을 통합하는 기능이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다른 경영도구나 제도를 예로 들면 6시그마 TQM 예산제도 지식관리 조직문화 리더십 같은 것들에 대해서 BSC 도입 시부터 연계 및 통합을 고려해 설계하면 조직 내 운영의 효율성과 함께 제도 간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다.

또 BSC를 통한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리더십 역량,특히 전략적 사고와 성과분석 및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향상돼야 함과 동시에 조직 내 수평적이고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5.실효성 있는 원인분석 및 대책이 논의되는 모니터링 회의를 운영하라=BSC는 활용범위에 따라 그 효용성이 결정된다. 만약 평가체계에만 연계해 활용하는 경우 조직이 지나치게 실적 위주로 운영돼 조직문화가 경직되고 조직원의 몰입도가 저하될 수 있다. 조직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활용하려면 주기적으로 실적을 모니터링 하고,이에 대한 검토회의를 개최해 원인분석 및 대책이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6.BSC 도입 및 운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전략의 품질을 제고하라=BSC는 전략과 연계된 지표를 도출하고 성과 모니터링을 통해 전략의 달성 여부를 측정한다. 정교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전략은 BSC의 도입 및 운영에 있어 중요한 장애가 있음을 의미한다. 지표 도출에서 성과 모니터링 및 피드백 등 일련의 절차와 과정에서 전략에 대한 끊임 없는 토의와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까지 4회에 걸쳐 BSC에 대해 알아봤다. 모든 경영혁신 도구들이 그렇듯 BSC도 완벽하지 않다. 도구는 어디까지나 중립적이고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다만 BSC는 다른 기법에 비해 통합적인 관리체계로서 가치가 있고,이를 활용해 실제 조직성과를 창출한 베스트 프랙티스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올바른 전략실행 도구를 제대로 활용해 우리나라 기업과 조직의 전략실행력이 크게 높아지기를 기대한다.


더 배우려면…
내달 24일 한경서 BSC컨퍼런스

BSC는 회사 전체의 경영혁신을 추구하는 방법론인 만큼 일반적인 강좌는 거의 없다.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과정도 아직은 적다. 웨슬리퀘스트가 3년째 진행하고 있는 '전략실행 아카데미'가 대표적인 전문 과정이다.

웨슬리퀘스트는 전략체계도,KPI도출,목표치 설정 방법론을 배우는 1단계 과정과 전략수립 방법론까지 배우는 2단계 과정 등 1박2일짜리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생산성본부에서도 맞춤형 BSC 구축실무 등을 배울 수 있다. 전문 컨퍼런스의 경우는 매년 '대한민국 BSC 전략실행 대상' 시상식과 함께 열리는 BSC 컨퍼런스가 가장 인기있는 행사다. 올해는 대한민국의 전략실행력 수준을 진단하고 부문별 '톱 10' 사례로 발표할 예정이다. 행사는 다음 달 24일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 열린다. 문의 웨슬리퀘스트 KXPI 운영사무국(02-752-8033).

정종섭 웨슬리퀘스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