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SK에너지, 2차전지 '날개'…정유 넘어 종합에너지社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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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안주할 수 없다"
신성장엔진 발굴 총력전…
주력사업 정유ㆍ화학 분할
부문별 '글로벌 톱' 도전
SK에너지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휘발유 경유 벙커C유 등 4억9638만배럴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를 모두 휘발유로 환산하면 60ℓ 용량의 중형 승용차 13억대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연비 10㎞(ℓ당)의 승용차가 지구와 달 사이(약 38만㎞)를 100만번가량 왕복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내수전문 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SK에너지가 국내 대표 수출기업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석유 · 화학제품 수출 증가에 힘입어 2003년 37%에 불과했던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은 2007년 처음으로 50%를 돌파했고,지난해에는 59.1%까지 올라섰다. 작년 매출 35조8275억원 중 수출액은 21조1644억원에 달했다. 국내 단일기업 수출 실적으로 삼성전자,LG전자에 이어 세 번째다. SK에너지는 정유사를 넘어 글로벌 종합에너지 회사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축적해 온 정유 및 석유화학 분야의 기술력을 토대로 2차전지,차세대 에너지,정보 · 전자소재 등 다양한 신성장동력의 사업화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 1월1일을 기점으로 주력인 정유와 화학사업 부문의 분사를 추진하는 배경에도 각 사업부의 독립 경영체계 구축을 통해 신성장 엔진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미래 캐시카우 2차전지 본격 생산
"세계 최고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 않다면 그 사업은 핵심 사업이 아닌 주력 사업의 하나일 뿐이다. "구자영 SK에너지 사장은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구 사장은 글로벌 종합에너지 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세계 최초 · 최고의 기술 확보를 꼽고 있다. SK에너지는 석유공정과 석유화학 촉매기술 등 기존 에너지 사업에서 쌓아온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성장 사업이 △2차전지 △그린콜 등 친환경 소재 · 연료 △정보 · 전자소재 등이다.
2차전지 분야에서는 사업 본격화를 위해 지난달 초 대덕 SK에너지 기술원에 100㎿ 규모의 제품 양산설비를 갖췄다. 작년 10월 독일 다임러그룹 계열의 중 · 대형 상용차 업체인 미쓰비시 후소에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2차전지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는 등 세계 자동차 회사들과의 협력을 확대해가고 있다. 그린폴(green pol · 친환경 플라스틱)과 그린콜(green coal · 청정 석탄) 등 친환경 기술제품도 향후 5년 내 상업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플라스틱 그린폴은 그을음과 연기가 적어 기존 PVC 제품을 빠른 속도로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보 · 전자소재 분야에서는 2차전지용 분리막(LiBS) 사업을 통해 얻은 기술 노하우를 토대로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필름(TAC),연성회로원판(FCCL)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지화 전략 통한 글로벌 사업 가속
SK에너지는 지속적인 수출증대 노력과 함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을 전략시장으로 삼고 현지에 맞는 사업 모델과 제품을 개발할 방침이다. 화학사업은 이미 본사 기능 일부를 중국으로 전진 배치했다. 구 사장은 "주력인 화학사업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또 하나의 성공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현지의 시각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모델을 개발해 중국 시장 진출의 주역을 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년 10월 100% 자회사로 독립한 윤활유 전문기업 SK루브리컨츠는 중국 현지에 윤활유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고,스페인 렙솔과 함께 제4 윤활기유 공장 건립에 대한 계약도 맺었다. 정유 부문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합작투자 등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페루 콜롬비아 등 중남미 지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화학부문 역시 범용 제품 중심에서 넥슬렌(Nexlene · 차세대 폴리머) 등 프리미엄 화학제품으로 제품군을 차별화,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단순 광구개발 아닌 생산거점 마련 주력
해외자원 개발도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 분야다. 이 회사는 현재 전 세계 16개국 33개 광구에서 자원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 중 8개국 10개광구는 현재 원유를 뽑아내고 있는 생산 광구다. 중남미와 중앙아시아,동남아 지역에서 사업 지분참여와 독자 광구입찰 등을 통해 자원개발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페루는 남미 자원개발의 전초기지다. 지난달 준공식을 가진 페루 액화천연가스(LNG) 공장은 기존 자원개발 사업과 달리 현지 자원을 이용해 가공하고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수직계열 형태의 사업모델이다. 단순 광구개발 사업에서 탈피,페루 현지에 '개발-생산-수송-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는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한 셈이다. 자원개발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휴스턴 지사에 기술센터를 설립,자원분야의 글로벌 인재를 확보하고 탐사 · 개발 · 생산 등 자원개발 전 과정에 걸쳐 운영권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몸집 줄여 경쟁력 강화
SK에너지는 내년 1월 주력사업인 석유와 화학분야를 100% 자회사로 분할할 예정이다. 개별 사업의 전문성 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한 결정이다. 이에 따라 SK에너지는 내년부터 석유 · 화학 · 윤활유 부문의 사업회사를 가진 중간 지주회사 형태가 된다. 주력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낸 SK에너지는 자원개발(E&P)과 연구개발(R&D) 중심의 순수 사업 지주회사 형태가 된다. 회사 측은 이번 사업 분할로 석유 · 화학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 틀을 깨뜨리고 해외 기업들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한 신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 사장은 "독립 자회사들은 각사 특성에 맞는 조직구조와 문화를 형성하고 경영진의 빠른 의사 결정이 반영돼 다양한 성장 옵션과 사업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