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구자영 SK에너지 사장 인터뷰 "전자소재ㆍ그린콜 미래의 캐시카우로…2020년 매출 10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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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플라스틱ㆍ청정 석탄에너지
5년안에 모두 사업화…
FCCLㆍTAC 필름 기술개발 마무리 단계
"사업 · 기술 · 조직문화 등 3대 분야의 혁신을 통해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넘는 글로벌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재도약하겠습니다. "
구자영 SK에너지 사장(63)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세계 수요 침체와 친환경 정책 확산,중동 산유국들의 석유 · 화학 생산 허브 전략은 에너지 기업들에 커다란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며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대변혁의 시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화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혁신 방안으로 내년 1월1일로 예고된 석유 · 화학 부문의 분할을 꼽았다. 그는 "공룡처럼 거대해진 회사 조직에 활기와 창의적인 사고를 불어넣기 위해선 분사가 불가피하다"며 "개별 사업의 전문성과 유연성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석유 · 화학 등 기존 주력 사업의 한계를 돌파할 미래 성장사업으로 전기자동차용 중 · 대형 2차전지,연성회로기판 소재인 FCCL(연성 동박 적층필름),편광판용 TAC(트리 아세테이트 셀룰로스) 필름 등 정보 · 전자 소재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3월 사장 취임 이후 가시화되고 있는 그린폴(미래 친환경 플라스틱)과 그린콜(청정 석탄에너지) 등 신기술 사업에 대해서도 "5년 안에 모두 사업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석유 · 화학 부문의 분사가 최선책인지요. "SK에너지는 이미 분사의 성공사례를 갖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윤활유 사업부문이 독립해 세운 SK루브리컨츠는 분사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스페인 렙솔과의 유럽 합작공장 설립 등 해외 파트너와의 사업 협력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고요. 직원들의 눈빛도 완전히 달라졌어요. 150여명의 작은 조직이 기존 정유사업보다 더 큰 잠재성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직원들의 창의력과 스피드 경영을 위해선 분사가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연말까지 5000억~1조원의 자산유동화 계획을 밝혔는데요.
"분할 회사들의 재무부담을 줄여 빠른 시일 내에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방안입니다. 비핵심사업 설비 등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부담을 완화한 뒤 분할 법인을 출범시킬 계획입니다. 지난 5월 서울 동교동 청기와주유소를 제3자에 매각했듯이 일부 주유소 부지 매각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고요. "▼지난달부터 가동된 2차전지 생산라인이 갖는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하이브리드(HEV) 자동차용 배터리 개발은 출발이 늦었지만 후발주자의 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순수 전기차(EV)용 배터리 개발로 바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대덕 기술원에 구축한 생산라인은 세계 최초로 생산 과정에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풀 오토(full auto) 방식으로 지어졌습니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을 때도 생산라인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2차전지 핵심소재인 분리막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워갈 겁니다. "
▼2차전지 이외의 신사업 추진 상황은 어떻습니까.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연성회로기판 소재 FCCL과 편광판용 TAC 필름은 기술개발이 거의 끝난 상태입니다. 내년 이후 사업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TAC 필름은 일본 후지필름과 코니카미놀타가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전자 소재인데 일본 중심의 독과점 구도를 깰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
▼그린폴과 그린콜은 너무 먼 미래 얘기가 아닌지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기술개발 속도라면 5년 내에 사업화가 가능합니다. 특히 저급 석탄에서 석유와 가스,화학제품을 추출하는 그린콜은 해외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술입니다. 지난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계적인 청정석탄 설비 업체인 사솔(SASOL)과 공동으로 그린콜 기술을 개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그린콜 제품 생산 전단계인 석탄가스화 공정을 실증할 수 있는 파일럿 플랜트(시험설비)를 짓고 가동할 계획입니다. "
▼페루 등 남미 시장 공략이 눈에 띄는데요.
"해외 기업에 좀처럼 사업기회를 주지않는 중동과 달리 자원 부국인 남미 국가들은 자본력을 갖춘 해외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에요. 그동안 페루를 중심으로 남미 지역에 공을 많이 들여왔어요. 남미 지역에서는 가스전이나 유전에서 나오는 에탄가스를 기반으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에틸렌 등 기초 화학원료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페루는 물론 에콰도르 콜롬비아에서도 석유화학공장 건설 등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콰도르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예정인 대규모 석유화학공장 건설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요. "
▼윤활유 부문의 추가 해외 합작도 진행 중입니까.
"최근 스페인 렙솔과의 합작계약을 통해 국내 정유회사 가운데 처음으로 유럽에 윤활유 원료인 윤활기유 생산기지를 짓기로 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추가 합작 협상이 진행 중이고요. 마무리 협상 단계로 곧 발표할 겁니다. 아시아 공장은 2013년 완공 예정인 스페인 공장보다 사업속도가 더 빠를 것입니다. "
▼2006년 인수한 인천정유 가동률이 50%에도 못 미치는 등 애물단지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천정유가 애물단지인지 보물단지인지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가동률은 낮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생산설비입니다. 인천정유 정상화를 위한 다섯가지 옵션을 검토 중입니다. 이 중 두 가지 옵션은 글로벌 파트너와의 합작 등과 연관된 '익사이팅(exciting)'한 것입니다. 지금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최종안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
▼SK에너지의 미래 비전을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사업 · 기술 · 조직문화 등 3대 혁신을 통해 글로벌 선도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기존 사업의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을 통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하는 인재가 인정받는 조직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
이정호/조재희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