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희망 디자이너

대화 중에 "요즘 젊은이들은…"하며 혀를 끌끌 차는 경우를 종종 본다. 세대 간의 이해 부족으로 인해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선입견의 표출이라고 생각된다. 심지어 20대 후반의 회사원들이 20대 초반의 신입사원을 평가할 때도 그런 말을 쓴다. 얼마 전 '2000년 이후의 대학생이나 젊은이는 다른 사람과 유대를 갖고 공감하는 능력이 30년 전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져간다'는 미국 미시간대 사회조사연구소의 연구 결과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 젊은 세대의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을 빗대 '미 제너레이션(Me-Generation)'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그래도 아직까지 "요즘 나이든 사람들은…"이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다행이다.

요즘 젊은이는 부모세대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태어났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을 인생 목표로 알고 살아온 기성세대들과는 꿈과 인생에 대한 생각이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나도 자신의 재능에 대해서 고민하고 개발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요즘 젊은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우리 때보다 더 각박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모두가 '더 나은 학교,더 나은 직장,더 나은 연봉'을 목표 삼아 한 방향으로 단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평범한 실력으로는 살아남기도 어려운 게 요즘 현실이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여전하다. 최근 한 멋진 청년을 만나면서 '요즘 젊은이'의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았고,그동안 갖고 있던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반성하게 됐다. 취약계층 중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시작한 '대한민국 교육봉사단(씨드스쿨)'에서 레오라는 닉네임으로 자원봉사활동 중인 청년이 그 주인공이다. 촉망받는 물리학도였던 그는 이 일에 큰 사명감과 보람을 느낀 나머지 학교를 휴학하고 이 운동에 헌신하고 있다. 앞으로도 어려운 형편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는 일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학제상 더 이상 휴학할 수 없어 복학해야 하는데,그렇게 되면 봉사단체 일에 전념할 수 없게 돼 안타깝다"며 "그래도 짬을 내 이 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를 마치고 대학원에서 이런 일에 필요한 공부를 제대로 해서 더 많이 더 크게 도우라는 조언을 듣고는 마냥 기뻐하는 이 순수한 청년을 우리는 '희망 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정말이지 탐나는 타이틀이 아닌가? 이 참에 나도 희망 변호사라는 타이틀을 달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레오를 보면서 성공의 기준이 정해져 있고,개인의 삶이 최우선시되는 사회에서 남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젊은 세대를 '미 제너레이션'이 아닌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위 제너레이션(We-Generation)'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우창록 법무법인 율촌 대표변호사 crwoo@yulch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