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난 중기인] 이광호 영도산업 대표 "내수시장 우리 제품으로 대체할 것"

부산 송정동 녹산산업단지에 있는 영도산업(대표 이광호 · 사진)은 최근 들어 1주일에 4일은 밤 8시까지 평균 3시간씩 잔업을 한다. 출고를 앞두고서는 토요일에도 정상근무를 해야 할 정도다. 잔업을 하지 않고는 늘어난 주문물량의 납기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1974년 설립된 영도산업은 황동봉을 원료로 각종 밸브를 생산한다. 액화석유가스용기용 밸브를 비롯 산업용 고압가스용 밸브,CNG자동차용 밸브,소화기용 밸브 등 산업현장의 핵심부품을 만들고 있다. 지난해에만 328만여개의 각종 산업용 밸브를 생산했다. 공급처는 국내 현대중공업 위너 이엔케이 등을 비롯 미국의 TRG와 카탈리나,이란의 SAIPA 등 다수다. 올해 생산목표는 지난해보다 17% 증가한 386만개다. 이광호 대표는 "생산된 제품은 누설현상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만큼 생산제품 전량을 테스트하는 까다로운 전수검사를 통과해야만 출고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16건의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있고 미국과 이란에 특허를 등록했으며 UL(미국)인증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그동안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시설자금 48억7000만원과 운전자금 14억800만원을 지원받아 성장에 가속도를 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기우 중진공 이사장은 "자금 지원 외에 가공기술 및 생산성 향상 지도,IT(정보기술)화 지원,품질 · 경영 · 자동화 · 제어기술 지원 등 각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원했는데 영도산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2008년 매출액 12.5%,매출이익 68.3%가 향상되는 성과를 내 그해 '대한민국 컨설팅혁신대전'에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이 회사는 최근 중국산 황동밸브가 저가시장을 공략해 오면서 고민에 빠졌다. 원재료인 황동봉은 구하기 쉽고 가공성도 좋아 기술력이 다소 낮은 중국업체들도 저가제품을 중심으로 황동밸브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렇게 되자 이 대표는 2007년 고부가가치 제품인 스테인리스밸브 시장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는 "스테인리스 밸브는 반도체나 태양광의 생산과정에서 독성가스용으로 사용하는 부식현상 없는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그동안 독일과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부산대와 공동으로 3억5000만원을 들여 3년 만인 지난해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국내 처음으로 개발했다.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다. 올해 안에 150억원 규모인 스테인리스 밸브 내수시장을 공략해 전량 수입대체시켜 나가겠다는 게 회사 측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억원을 들여 설비를 들여놓고 양산 준비에 나섰다. 이 대표는 "생산된 샘플은 현재 고객사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며 "이 밸브는 진공상태에서 헬륨가스를 이용해 시험을 하는데 99.9999999까지 기밀을 잡아낼 정도로 고난이도의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꾸준한 설비 투자를 통해 작업성을 높였다. 지난해엔 30억원을 들여 상하좌우 동시 가공이 가능한 밸브가공 전용기(BTB-3)를 들여왔고 올해도 3억5000만원을 들여 기밀시험기를 새로 들여놨다. 지속적인 투자는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성과를 가져왔다. 입고불량률은 2008년 1.08%에서 올해 0.5%로 낮아졌고 공정불량률도 같은 기간 1.52%에서 0.3%로 뚝 떨어졌다. 고객불량률은 2008년 202?e에서 올해 35?e으로 크게 개선됐다. 올해는 ISO/TS16949(품질경영시스템)와 CE(유럽)마크 인증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업력 30년 이상 된 기업 중 지역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부산향토기업에 뽑히는 기쁨을 안기도 했다"며 "올해는 수출 950만달러를 포함해 총 302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보다 40% 이상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부산=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