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최시중 위원장의 'IT마케팅 유감'

"매출 1조2000억원인 NHN에는 6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데 매출이 12조~13조원인 SK텔레콤의 종업원은 4500명 정도밖에 안 된다. NHN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7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보통신방송정책과정이 주최한 조찬강연에 참석,고용을 동반한 성장의 중요성을 힘줘 말했다. 그는 인터넷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을 한없이 치켜세웠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가 고용없는 성장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정부의 최대 고민인 고용 문제를 해결해준 NHN 같은 회사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NHN 직원 수는 1999년 41명에서 작년에는 600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충남 천안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가진 뒤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했던 스테레오픽처스 사례도 언급했다. 2차원(2D) 영상을 3D로 전환하는 데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는 이 회사를 영화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에게 소개해줬다고도 했다. 그는 "이 회사는 현재 600명인 직원 수를 내년에는 3000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이런 기업이 잘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는 신기술 개발이나 혁신 없이 마케팅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는 국내 통신사들에 대한 유감이 담겨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최 위원장은 통신사들의 투자액이 2005년 5조4000억원에서 작년에는 6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5%밖에 늘지 않았지만 마케팅 비용은 같은 기간 4조5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으로 두 배가량 증가했다는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을 지적했다. "전 세계 89개국의 아이폰 도입 국가 가운데 한국이 85번째라는 보고를 받고 화가 나 실무자를 심하게 다그친 적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내 통신사들이 경쟁사 가입자를 뺏기 위해 마케팅 경쟁에만 몰두하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에 뒤처지게 됐다는 것이 최 위원장의 판단이다. 그는 "우리는 그간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고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지 않아 아이폰 쇼크를 겪게 됐다"고 했다. 통신사는 물론 IT업체들이 최 위원장의 지적을 곱씹어 볼 일이다.

박영태 산업부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