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1000억 클럽' 입성 비결은 스스로 개척하는 '유목민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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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0개 기업 새롭게 가입의료기기업체 세라젬은 영업이익률이 33%에 달한다. 제조업체로서는 이례적이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매출 1229억원,영업이익 409억원을 올렸다. 전년보다 각각 33.5%,36.9% 성장했다. 이 회사의 고속성장 비결은 무려 3000여개에 달하는 해외 대리점 숫자가 설명해준다. 세라젬은 설립 이듬해인 1999년부터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섰고 지금은 매출의 97%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시장 1위·변신·글로벌화 '장점'
세라젬처럼 지난해 매출 1000억원대에 새롭게 올라선 벤처기업이 5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청은 벤처기업 4만397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기업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20%(40개) 증가한 242개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금융위기 여파로 10개 기업이 1000억원 클럽에서 빠져나갔고 대신 세라젬과 피플웍스,자화전자,덕신하우징 등 50개 기업이 새로 가입했다. '매출 1000억원 클럽' 신흥 멤버들의 주요 특징은 탄탄한 시장 점유율과 이를 바탕으로 한 발빠른 변신,그리고 글로벌화로 요약된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먹을 거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빠르게 달려가는 '유목민DNA'가 성공 벤처기업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우선 대부분 해당 분야에서 시장 선두권을 달리는 기업들이다. 2008년 매출 781억원에서 지난해 1175억원까지 끌어올린 덕신하우징은 건축용 자재인 데크 플레이트 부문 1위로 국내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 고객이다보니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공격적으로 수주량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 DVD,블루레이 플레이어용 광픽업 부문 세계 1위인 아이엠도 광폭행보를 보인 끝에 매출 1000억원 클럽에 입성했다. 이 회사는 소니,산요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3강체제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주력 분야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발빠르게 신흥분야로 뛰어든다는 점도 이들 기업의 특징이다. 피플웍스는 이동통신 신호증폭장치인 RF파워앰프를 만들어 LG U+(옛 LG텔레콤) 등에 납품해 오다가 시장이 정체를 보이자 중계기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 시장마저 과열양상을 보이자 LCD 인버터로 주력제품을 바꿨다. 휴대폰과 평면TV용 스피커 부문 국내 1위 업체인 성주음향도 자동차용과 초슬림형 스피커 시장에 신규 진출하면서 제품군을 늘려나가고 있다. 벤처1000억원 클럽 멤버들은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전문기업이다. 수출 지역도 다변화돼있다. 세라젬의 경우 수출국이 70개국에 달한다. 1000억원 클럽 신흥 가입업체 중 유일한 게임개발사인 위메이드는 43개국에 게임을 수출하고 매출 중 수출비중도 80%에 이른다. 성주음향과 파세코 등도 40여개국에 제품을 내보내고 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