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원전 르네상스] "4조2교대制 철강업계 첫 도입, 휴가 늘고 고용불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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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새 근무방식 시행 후 생산성 향상
"대기업보다 휴가를 두 배 이상 가면서도 고용 불안을 느끼지 않으니 이보다 더 좋은 직장이 있겠습니까?"
포스코 계열의 철강재 포장 전문업체인 삼정피앤에이 장춘식 경영지원부장은 "2007년 9월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4조2교대제를 시행한 이후 직원들의 생활패턴이 180도 달라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휴식시간이 늘어나면서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더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됐고,이는 고스란히 아이디어 발굴과 공정 혁신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직원들이 자체 개발한 로봇결속기(Strap Master)를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았다.
휴가 없이 연속으로 일하는 3조3교대제하에서는 여가생활은 꿈도 못 꿨다. 주간 근무조로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까지 8시간 근무한 뒤 집에 오면 피곤해 방에 드러눕기 바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4조2교대제하에서는 이전보다 무려 4배나 많은 휴가일수가 주어졌다. 2개조는 주야간을 나눠 하루 12시간씩 3일 연속 일하고 나머지 2개조는 3일 연속 쉬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휴가일수는 190.5일로 100여일 쉬는 포스코에 비하면 배나 길다.
이 덕분에 삼정피앤에이 직원들은 모두가 한두 개 이상의 여가생활에 푹 빠져 있다. 회사는 컴퓨터 수영 요가 등 사내에 17개 과정의 다양한 평생학습과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마련해 직원들의 여가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지난 1일부터 포항 · 광양제철소 16개 공장의 근무형태를 현행 4조3교대에서 4조2교대제로 전환하면서 포스코 30여 계열사와 100여개 협력업체들도 이 제도 시행준비에 나서기로 했다. 이로써 포스코 그룹 전체에 머지않아 4조2교대 경영혁신 바람이 일 전망이다. 포스코는 지난 20년간 지속돼 온 4조3교대 근무형태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6개월간은 16개 공장 600여명의 교대 근무자를 대상으로 우선 시범 실시한 뒤 전체 70개 공장 6500명의 근로자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의 4조2교대제는 2개조는 주야간으로 나눠 하루 12시간씩 4일 연속 일하고 나머지 2개조는 4일 연속 쉬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연간 휴무일이 현재 103일에서 190.5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이 제도 도입으로 근로자는 충분한 휴식과 여가생활의 기회를 갖고,회사는 잦은 교대근무에 따른 업무 손실을 줄여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근로자와 가족,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포스코는 쇳물을 뽑아내는 고로 제조 현장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기존 4조3교대하에서는 잦은 근무 교대와 5일 연속 이어지는 야간 근무로 피로도가 누적되고 업무효율이 크게 저하되는 부작용을 겪어야 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해외 선진 철강사를 따라잡고 중국 등 후발경쟁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근무제도의 혁신이 절대적이라고 판단,일찌감치 4조2교대제 도입을 준비해 왔다. 포스코는 시범운영이 끝나는 12월 말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거쳐 60% 이상 찬성하면 전 사업장으로 4조2교대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근무형태가 바뀌어도 개별 직원들의 임금하락은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연간 휴무일이 배나 늘어남에 따라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늘리고 부부가 함께 하는 교양강좌,동호회 활성화 등의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해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지식형 근로자 양성에 본격 나서기로 했다.
포스코의 경영혁신은 2조2교대나 3조3교대가 많은 국내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 등에도 근무제도 변화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수 포스코 포항제철소 홍보팀장은 "포스코 직원들은 이제 1년의 절반 이상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게 됐다"며 "과거 '일' 중심의 기업문화를 가족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강한 모멘텀으로 작용해 근로자의 생활 전반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