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조조의 묘가 72개나 된다고?

짝퉁전쟁 | 홍순도 지음 | 올림 | 296쪽 | 1만5000원
중국이 짝퉁의 천국이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술은 물론 계란,두부,쇠고기까지 가짜를 만들어 내는 중국인들을 두고 짝퉁에 관한 한 창의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중국의 짝퉁 이야기를 다룬 책 《짝퉁전쟁》은 가짜 제품이 거래되는 생생한 현장에서부터 그것이 중국 경제에 갖는 의미까지 풀이해 준다.

저자는 조조가 사후를 대비해 만들도록 한 72개의 가짜 묘를 예로 들며 "중국인에겐 짝퉁 제조의 DNA가 내재돼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값싼 짝퉁을 찾는 해외 수요가 가세하면서 '짝퉁 천국'이 됐다는 것.중국에서 가짜 제품을 뜻하는 산자이(山寨)가 2008년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명 무협소설가 '진융의 새 책(金庸 新著)'인줄 알고 산 책이,집에 와서 보니 '진융신의 책(金庸新 著)'이었다는 얘기는 쓴 웃음을 짓게 만든다. 삼성전자를 베낀 짝퉁들도 '세임성(Samesung)''삼송(Samsong)''애미콜(Amycall)''애니셀(Anycell)' 등의 브랜드로 변신해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저자는 올해 5조달러를 넘어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최소 20%는 '짝퉁경제'와 연계돼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중국 현지법인에 지식재산권을 양도해 놓아야 소송을 벌여도 이길 가능성이 크고,짝퉁 업체와 합의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은 중국 진출 기업인들이 귀담아 들을 만하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