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작가가 양심을 판 범죄자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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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브테옌 '그림자 게임' 출간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엄청난 비밀을 감춘 범죄자라면 어떨까. 최고 지성인들이 명성과 부를 지키기 위해 양심을 판다면?
스웨덴 작가 카린 알브테옌(45)의 《그림자 게임(원제:Skugga)》(살림 펴냄)은 얼핏 범죄소설이나 추리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르소설의 형식을 빌린 순수문학이다.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려는 인간 본성,경쟁과 소통 부재,악을 방관하는 현대인의 속성 등을 흥미로운 줄거리로 담아냈다. 아흔 살을 넘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악셀 랑네르펠트는 세계대전을 무대로 한 소설 《그림자》로 인간성의 가치를 일깨운 대문호다. 한때 문학계에서 유망주로 꼽히던 부인,며느리와 함께 문학가문을 이뤘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랑네르펠트가에서 가정부로 일했던 예르다 페르손이 죽게 되자 주택관리사 마리안네는 유족이 없는 그녀를 위해 장례식과 유품 정리를 맡는다. 예르다의 집에서 발견된 악셀 랑네르펠트의 책은 마치 누군가의 원한을 산 듯 훼손돼 있다. 예르다는 네 살 때 공원에 버려진 고아 출신의 무명작가 크리스토페르에게 유산을 남긴다. 가정부의 죽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진 지식인 가정의 위선을 조금씩 벗겨낸다.
저자 카린 알브테옌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인기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조카손녀다. 말괄량이 소녀 삐삐의 모험을 다룬 이 아동소설 시리즈는 1945년 제 1권 출간 이후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 스웨덴에서도 특별히 사랑받는 린드그렌은 《그림자 게임》의 모티브가 됐다.
작가는 자신의 할머니와 달리 '사랑받는 작가가 비열한 인간이라면 어떨까'라는 발상에서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다. 날카로운 사회 고발 의식과 문학적 감수성,대중성을 모두 갖춘 그는 2000년 북유럽에서 가장 명망 있는 범죄소설 문학상인 '글래스 키',덴마크 범죄소설 작가 아카데미상 등을 받았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