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급한 BP…중동 국부펀드가 '구세주'

UAE·사우디 등 투자 적극적
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로 위기를 맞고 있는 BP가 중동 국부펀드에 손을 벌리고 있다. 원유 유출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로이터통신은 8일 "BP가 자금 조달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의 국부펀드에 지분 투자를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니 헤이워드 BP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UAE를 방문해 아부다비의 실세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나흐얀 왕세자와 만나 BP 지분 투자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청(ADIA)은 BP 주식 10%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사우디 투자자들도 BP 주식 10~15%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또 리비아 국부펀드도 BP 주식 매입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셰일라 윌리엄스 BP 대변인은 "BP 주식을 매입하는 새로운 투자자들을 언제든지 환영한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중동 현지 언론도 BP가 중동 국부펀드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요청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4월 원유 유출 사고 발생 이후 BP가 기름띠 제거,유정 차단 등에 투입한 비용은 31억달러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BP는 지난달 미 정부와 피해보상 기금으로 200억달러를 내놓기로 합의했다. 이 때문에 BP는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쟁 석유 메이저업체들의 적대적 인수 · 합병(M&A) 위협도 걱정거리다. BP 주가는 사고가 발생했던 4월에 비해 반토막이 됐다. 이로 인해 BP는 M&A설에 끊임없이 시달려왔다. 그동안 중동 지역의 유전 개발로 이 지역 국가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던 BP가 중동 국부펀드에 백기사를 요청하는 배경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