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거꾸로 가는 한나라 전당대회

"당 쇄신과 화합의 외침은 출정선언문을 만들기 위한 수식어에 불과했다. 지금은 당권주자들 모두 당선에만 혈안이 돼 당을 침몰시키는 데 앞장서는 느낌이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6 · 2 지방선거의 충격적인 패배 이후 당의 '환골탈대'를 위한 장이 될 것이라 기대했던 한나라당 당권 레이스가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흐르고 있다. 당의 진로에 대한 고민 없이 타 후보에 대한 공격과 대의원 줄세우기 등의 구태가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빅2'로 평가되는 안상수 홍준표 후보 간의 네거티브 선거전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안 후보는 7일 열린 TV토론회에서 홍 후보를 겨냥해 "원내대표 시절 국정표류가 심했다. 한나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왜 압도적으로 찍었는지 모르겠다는 비판과 함께 사퇴압력을 받았는데 어떻게 당을 쇄신할 것이냐"고 공격했다. 이에 홍 후보는 안 후보의 '불교계와의 불화'를 거론하며 "수첩에 '말조심'을 쓰고 다닌다는 분이 어떻게 신중을 기할 수 있겠느냐"고 맞받아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여성 후보들은 뒤늦게 출마한 나경원 후보에 대한 공격에 TV 토론과 합동연설회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여성 당원 정책이나 위기에 처한 당을 위한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고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후보자 간 맞고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A후보가 중앙당 대의원들을 상대로 배포한 지지 서신에 자신의 사진을 넣은 것과 관련,B후보가 중앙당 선관위에 이를 고발하자 A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사용하는 B후보자의 피켓 높이가 규정보다 높다며 맞고소했다.

돈선거와 줄세우기도 여전하다. 당내에서는 "C후보가 벌써 20억원을 썼다","D후보는 지역 당협위원장에게 몇백만원씩 주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하다. 캠프마다 지역별 · 계파별 당협위원장을 수십명씩 확보했다며 자랑하고 있다. 위기수습책과 당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당 쇄신은커녕 당을 망가뜨리는 전대에 힘을 쓸 이유가 뭐냐.이럴 바엔 전당대회를 안 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전대 무용론까지 나온다.

구동회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