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풋백옵션 손실 올 상반기부터 반영하라"

"거래 실질에 맞게 손실 적용해야"
기업 "수치화 모호한데 갑자기" 반발
금융감독원이 반기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손실 우려가 높은 풋백옵션(put back option)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하도록 지도하고 나섰다. 강화된 풋백옵션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재계와 회계법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풋백옵션은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할 때 FI에게 직접 주식을 인수하도록 하는 대신 약정된 가격으로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기업과 회계법인들에 '풋백옵션 관련 회계처리 유의사항'이란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는 "지금까지 풋백옵션 회계처리는 거래의 실질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파생상품으로 해석했지만 앞으로는 거래의 실질에 따라 담보부 차입거래인지 우발부채나 충당부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실 가능성이 높은 풋백옵션은 파생상품이나 담보부 차입거래,충당부채 중 어떤 항목을 적용하든지 평가손실을 반영해 이번 반기보고서부터 손익계산서에 기재하라는 뜻이다. 풋백옵션이 결과적으로 담보 차입과 큰 차이가 없지만 독특한 거래 방식으로 인해 회계처리가 모호해 대다수가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삼고 나선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과 회계법인들은 풋백옵션을 파생상품으로 간주하되 기초변수에 해당하는 주식이 비상장 주식인 경우에는 '차액결제요건 미충족'에 따라 평가손실을 적용하지 않았다. 상장주식인 경우에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손실의 장부 기재를 피해왔다. 풋백옵션 기초자산 주식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우발부채나 충당부채로 간주하기도 어렵고,엄밀하게 차입거래로도 보지 않는 것이 회계법인들의 관행이었다.

금감원 회계서비스본부 관계자는 "부실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도 풋백옵션에 대한 회계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악용해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풋백옵션 기초자산이 시장에서 매수가 용이하면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적용하고, 시장에서 매수가 어렵다면 차입거래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과 회계법인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풋백옵션 관련 파생상품 회계처리에 대한 유권해석이 나왔던 2007년 2월 이전에 맺어진 풋백옵션의 경우는 예외로 허용하고 있는 점도 혼선을 더하는 대목이다. 한 회계사는 "손실 가능성을 수치화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주석만으로도 내용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며 "과거 회계처리 방식이 일시에 바뀌는 것이어서 이번 반기보고서에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