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증시와 금리인상…개와 늑대의 시간

9일 금리가 전격적으로 인상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에서 2.25%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3월 이후 동결됐던 기준금리가 17개월 만에 상향 조정된 것이다.시장 전문가들은 그동안 인상 분위기에는 공감했지만, 이번 달은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관련주들의 움직임도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금리인상 결정에 은행, 보험주가 가파르게 급등하는 반면 건설, 유통주들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다른 금융시장도 충격을 받아내고 있다. 채권값이 급락했고 국채선물은 110선 밑으로 떨어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1200원대를 하회하고 있다. 그런만큼 이번 금리인상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판단이 어려운 시점이다. 금리인상이 키우던 개처럼 증시에 도움을 줄지, 증시를 해치는 늑대일지 흐려지는 시간이다.

◆미국발 훈풍은 어디로 사라졌나?

장초반 시장을 지배했던 미국발 호재들은 종적을 감췄다. 시장을 지배하는 요인은 '금리인상'이 유일한 상태다.
코스피 지수도 상승폭을 상당부분 반납했다. 1710선을 웃돌던 코스피 지수는 1700선 지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이날 시장은 미국 고용지표 개선과 뉴욕증시의 사흘연속 상승세로 이날 증시는 강세로 출발했다. 장초반 1713.77까지 치솟으면서 시장의 경기침체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렇지만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시장은 관망세에 돌입했다. 금리인상이 결정된 후 시장은 진정되는 듯도 싶었지만, 외국인들의 '사자'세는 확연하게 줄어든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했기 때문에 긍정적이라는 것.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다리던 금리인상 결국 시작됐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주식투자메리트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심 팀장은 대신 채권에 대한 투자메리트는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업종별로 보험·증권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경기회복을 감안시 대부분의 주식의 상승메리트가 커질 것으로 심 팀장은 내다봤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으로 증기사 단기적 변동성은 확대되더라도 악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인상한 국가들의 주식 매력이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주, 브라질, 인도, 캐나다 등 G20 에 속한 국가 중 일부가 2010년(호주는 2009년 10월) 들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금리인상후 주가 추이는 국가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주가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감으로 당일 주가의 변동성은 확대됐지만, 이내 회복됐다는 얘기다.

◆어닝시즌·유럽국가들의 국채만기 주목해야

증시 안팎에서는 금리인상의 여진이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앞으로 이어질 실적발표에 안테나를 세우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음주에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본격적인 어닝시즌에 돌입한다.

국내에서는 오는 13일 포스코가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LG하우시스(15일), LG화학(16일)도 예정돼 있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는 12일 알코아를 시작으로 JP모간, GE, 인텍, 구글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이 중 인텔(13일)의 실적발표는 국내 IT주들의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용 PC 수요를 비롯해 아이패트 등의 확대로 CPU와 메모리 수요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며 "인텔은 삼성전자와 더불어 호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황금단 삼성증권 연구원도 인텔과 애플(20일)의 실적발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텔 혹은 애플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을 경우 오히려 삼성전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주가가 부진했지만, 인텔이나 애플의 호실적이 오히려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다음주에는 유럽국가들의 국채만기가 돌아온다. 유럽국가들의 국채 만기는 지난 6월부터 국내 증시를 압박하던 요인이었다. 아일랜드(20억 유로)가 오는 12일 국채만기가 예정돼 있다. 15일에는 이탈리아(20억 유로), 16일에는 그리스(20억 유로), 18일에는 스페인(0.26억 유로) 등이 대기중이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