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환율조작국 아니다"

의회는 반발…WTO 제소 촉구
미국 재무부가 석 달을 고민해왔으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 의회는 여전히 벼르고 있다. 중국이 가파른 위안화 절상을 허용하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재무부는 8일 의회에 주요 교역국의 경제와 환율정책에 대한 반기 보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제출 예정일은 지난 4월15일이었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달러화에 비해 평가절하돼 있다"고 지적했지만 "어느 주요 교역국도 미국과의 교역에서 이득을 얻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관련 부분에서도 환율조작국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중국 정부가 지난달 19일 환율정책의 유연성을 높이겠다고 결정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위안화를 어디까지,얼마나 빠르게 절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위안화 절상을 정기적으로 면밀하게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언론들은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중국과 대립하기보다 대화로 해결책을 찾겠다는 재무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에 중국이 환율정책 변화를 발표한 데 이어 보유 중인 미 국채를 대량 매도하지 않겠다고 최근 발표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 의회는 위안화 절상 속도와 폭을 감안해 강공책을 사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날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자 주요 의원들은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상 · 하원이 따로 없고 민주 · 공화당이 한목소리다. 상원 재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의 맥스 보커스 의원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높이는 '상당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몇 주 전 중국이 작은 조치를 취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원 재무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찰스 그래슬리 의원도 오바마 행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중국 정부를 WTO에 정식으로 제소할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