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펀드, 뮤지컬 투자 '짭짤'…수익률 최고 30%

스톤브릿지·일신M&C 등 5곳서 575억원 운용
'빌리 엘리어트'에 엠벤처·일신창투 20억 투입
올해 공연계 최고의 화제작은 초대형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다. 내달 13일부터 내년 2월 말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의 총제작비는 135억원.국내 배우들이 출연하는 라이선스 공연이다. 춤 천재 소년이 어려움을 딛고 발레리노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동명 영화를 무대 예술로 옮겼다.

이 뮤지컬은 2005년 영국 웨스트엔드에 첫선을 보인 이래 해외에서 500만명 이상을 끌어모으며 장기 공연 중이다. 이번 공연 티켓도 1차분(9월12일까지)은 매진됐고 이달 말께 2차분을 판매한다. 이 공연에는 메인 투자사인 인터파크가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투자했고 엠벤처창투와 일신창투 등이 각각 운용하는 공연 펀드자금 20억원을 투입했다. 이 뮤지컬을 제작하는 문미호 매지스텔라 대표는 "펀드에서 개발비를 지원받아 공연하게 됐다"며 "공연 펀드는 뮤지컬 사전 제작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년 전 처음 등장한 공연 전문펀드가 뮤지컬 시장의 주요 자금줄로 부상하고 있다. 공연펀드는 메인이나 서브 투자 역할로 제작에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 기금을 출자한 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국내 공연 펀드는 575억원 규모.100억원 규모의 스톤브릿지공연예술전문투자조합을 비롯해 일신M&C투자조합(100억원),미시건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2호(125억원),엠벤처제1호공연예술전문투자조합(150억원),엠벤처문화활성화조합(100억원) 등 5~7년 만기 상품이다. 스톤브릿지조합 등 2개 펀드는 2007년에, 미시건조합 등 3개 펀드는 지난해 결성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체 자금의 40%를 부담하고 나머지 60%는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투자했다. 이들 펀드는 지난해 결성 후 올 5월 말까지 99건에 485억원을 투입,건당 평균 5억원가량의 투자 실적을 보이고 있다. 투자 공연은 대부분 뮤지컬이었다. 뮤지컬 시장에서 총제작비의 절반 정도를 맡는 메인 투자사로는 종합엔터테인먼트업체 CJ엔터테인먼트나 티켓 판매사인 인터파크 티켓링크 맥스무비 등이 꼽힌다. 티켓 판매사들은 선급금을 주는 대신 티켓 판매 대금을 받아 투자비를 회수한다. 티켓 판매 수수료 6%가 주 수익원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 펀드(2개 · 250억원)를 운용하고 있는 엠벤처창투는 다른 창투사와 달리 메인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19억원 규모의 체코 뮤지컬 '삼총사' 메인 투자사로 나서 수익률 30%를 기록했다. 수입 단계부터 참여해 한국식 정서를 반영하는 각색에도 가담했다.

공연 펀드는 회수 기간이 짧은 게 장점이다. 7년 만기일 경우 일반 펀드는 결성 후 4년 정도까지만 투자하지만 공연 펀드는 6년까지 투자할 수 있다. 연속 투자가 가능한 것도 강점이다. 2004년 '지킬 앤 하이드'의 초연 투자사로 재미를 봤던 엠벤처는 투자 우선권을 갖고 올해 하반기 공연까지 모두 투자했고 이미 많은 작품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공연 펀드가 일반 펀드보다 수익률이 높은 것만은 아니다. 펀드 자금이 투입된 '싱글즈'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많은 뮤지컬들이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국내 상업공연 시장은 약 2000억원.이 중 뮤지컬 시장은 절반 정도인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뮤지컬 시장은 2004~2007년 매년 20~30% 성장한 후 2008년부터 정체기에 들어섰다. 뮤지컬 전문공연장이 크게 부족한 게 주원인이다. 서울 대학로,한남동,도림동과 대구 광주 부산 등에 짓고 있는 뮤지컬 극장이 2~3년 뒤 완공되면 시장 규모가 2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지웅 엠벤처 CT투자본부장은 "공연장이 많이 생겨나면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며 "3~4년 뒤에는 공연 펀드를 더 결성해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