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시장 5조원 시대] (5) 대기업, 딸들이 뛴다

(5) 한국 럭셔리업계의 '큰손'
김성주, MCM인수 맹활약…정유경, 최대 명품수입社 키워
이서현, 발망·토리버치 '빅히트'
국내 명품산업이 발전하는 데는 대기업의 역할도 컸다.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37)는 1년에 2~3개월을 해외에서 보낸다. 파리 뉴욕 밀라노 등 '패션 1번지'에서 최신 패션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 딸인 이 전무는 해외에서 트렌드를 살피다가 '바로 이거다' 싶은 브랜드는 과감하게 국내로 들여온다.

요즘 국내 '명품녀'들 사이에서 '핫 브랜드'로 부상한 발망 토리버치 발렉스트라 릭오웬스 등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한국에 입성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해외 명품 브랜드를 가장 공격적으로 들여오는 기업은 단연 제일모직"이라며 "발망 토리버치 등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이 전무가 다음에 어떤 브랜드를 들여올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려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명품 시장에서는 의류업체나 백화점 등의 핵심 경영진으로 포진한 대기업 오너가 딸들이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젊은 시절부터 명품을 보는 안목을 키워 온 이들은 남다른 패션 감각과 사업 능력으로 브랜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명품 업계에서는 이 전무만큼이나 명품에 대한 안목을 갖춘 인물로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사장(38)을 꼽는다. 한살 터울의 사촌인 데다 미국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명품 수입사업에 뛰어드는 등 경력도 비슷하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 부사장이 실력을 쌓은 무대는 신세계인터내셔날(SI).1996년 문을 연 SI는 아르마니 돌체&가바나 코치 센존 알렉산더맥퀸 등 20여개 브랜드를 통해 지난해 4390억원의 매출을 올린 국내 최대 명품 수입업체다. 정 부사장은 김해성 SI 대표 및 정준호 SI 해외사업부장(상무)과 함께 주요 브랜드 도입을 주도했다. 2000년 문을 연 국내 최초 명품 편집매장인 분더샵은 정 부사장의 탁월한 제품 선택 능력 덕분에 단시일 내에 '강남 사모님'들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54)도 국내 명품산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고(故)김수근 대성그룹 창업주의 막내딸인 김 회장이 한국 명품업계에 발을 내디딘 것은 1990년대 초였다. '패션 사관학교'로 불리는 미국 블루밍데일백화점에서의 경력을 앞세워 구찌를 국내에 들여와 가장 인기 있는 명품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키웠다. 2005년에는 독일 명품 브랜드인 MCM 본사를 인수,국내외 명품업계를 놀라게 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