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가는 窓] 헝가리‥헝가리産 와인ㆍ음악가 리스트ㆍ노벨상 수상자들을 대화 주제로 삼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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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춘 KOTRA 부다페스트 센터장체제 전환 후 20여년이 지난 헝가리는 공직 사회에 관료주의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과거 공산주의 시대의 구태를 벗어던졌다. 개방화에 편승, 취약한 자본과 유통 노하우를 숨기며 무역으로 한몫 벌어 보려던 영세기업들이 대부분 정리됐다.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무작정 신용장 거래만을 요구하던 패턴도 사라졌다.
직설적 화법 선호, 과묵하면 의심…
간결하고 명확한 계약서 선호
헝가리 사람들은 북유럽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시간관념이 철두철미하며 기다리는 것에 그리 능숙하지 못하다. 시간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전에 사유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전에 약속을 잡을 경우 메일이나 팩스 등으로 한번 더 확약하는 것이 좋다. 직설적이고 솔직한 것도 좋은 점이다. 헝가리 사람들은 말을 둘러서 하는 완곡한 어법이나 모호한 말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표현하고 거래 상대방도 그러길 기대한다. 과묵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하고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대화할 때 상대방이 눈길을 주지 않으면 뭔가 숨기고 잊지 않나 생각한다. 헝가리 사람들과 말할 때는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하는 게 좋다.
헝가리 사람들은 사교적인 부문도 거래 관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헝가리 음식과 와인을 즐기는 것을 비즈니스의 일부로 보고 있으며 상담 후 레스토랑에 초대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초청이 들어 올 경우 별다른 일이 없으면 응하는 것이 관계 구축에 아주 좋다. 초대를 거절하는 것은 상당히 모욕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까다로운 면도 있다. 헝가리 비즈니스맨들과의 거래는 서서히 진행된다. 헝가리 사람들은 최종 거래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소소한 부분까지 이해하려는 습성이 있다. 계약서 작성도 만만치 않다. 헝가리 파트너들은 간결하고 명료한 계약서를 선호한다. 이 과정에서 문구를 확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상황이 변하면 계약내용에 반영시켜 수정하려는 사례들을 많이 보게 된다. 헝가리 사람들이 거래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호 배려 정신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에 상당한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배려받는다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예를 들어 명함 한쪽 면을 헝가리어로 표기한다든가,헝가리어로 프린트된 판촉 및 협상 자료를 준비하면 상당한 점수를 딸 수 있다. 헝가리어는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꼽히고 있어 간단한 헝가리어를 처음 만나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끌 수 있다.
대화의 주제 역시 상대방을 배려해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산시대에 종교를 이야기 하는 것은 금물이었는데 그때의 정서가 남아있어 이런 주제는 피하는 게 좋다. 집시에 대한 질문도 마찬가지다. 집시와 헝가리 문화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훈족과 몽고족의 침입에 대한 거론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차라리 상당히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이므로 이들이 자랑하는 와인,문화재,세계문화에 기여한 헝가리 음악가 리스트,헝가리가 배출한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들을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
헝가리 비즈니스맨은 초기 거래관계를 맺기는 어렵지만 한번 거래가 이뤄지면 좀처럼 거래선을 바꾸지 않는 아주 좋은 파트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