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과 기교, 끼…모던 발레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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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프티의 밤' '디스 이즈 모던' 나란히 공연모던 발레의 장점은 무용수들 각자의 개성과 끼가 한껏 드러난다는 점이다. 남녀 주인공을 빼면 사실상 대다수 무용수들이 '코르 드 발레(군무단)'가 되는 클래식 발레에 비해 모던 발레에선 여러 명이 모두 주연이 된다.
'더 히스토리…'는 단돈 1000원으로 관람 가능
'호두까기 인형''백조의 호수'와 같은 전형적인 클래식 발레의 캐릭터와 의상에서 벗어난 모던 작품들은 무용수와 발레팬 모두에게 색다른 재미를 준다. 클래식 발레의 대형 무대 세트,동화 같은 줄거리,정형화된 마임(무언동작) 대신 한결 역동적이고 감각적인 안무도 모던 발레의 장점이다. 모던 발레의 이 같은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이달에 집중적으로 마련된다. 대표적인 국내 발레단들이 한꺼번에 모던 발레 공연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모던 발레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해외에서 작품을 들여오는 경우 함께 내한하는 외국인 트레이너들도 한국 무용수들이 표현해내는 모던 작품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국립발레단(단장 겸 예술감독 최태지)은 20세기 유럽 발레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안무가 롤랑 프티(86)의 대표작 세 편을 '롤랑 프티의 밤'이란 이름으로 묶었다. 프랑스 국립파리오페라발레단과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발레단이 정규 레퍼토리로 공연하는 '아를의 여인''젊은이와 죽음''카르멘'이다. 모두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들.국립발레단은 7억~8억원을 들여 웬만한 실력이 아니면 따내기 힘들다는 공연 저작권(라이선스)을 5년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롤랑 프티의 밤'에는 국립발레단이 자랑하는 대표 무용수들이 총출동한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를의 여인'에선 김주원씨가 비베트 역을 맡았다. 비베트와 결혼하게 된 마을 청년 프레데리(윤전일 분)가 한때 열렬히 사랑했던 아를 지방의 한 여인에 대한 기억에 사로잡혀 목숨을 끊는다는 비극적인 얘기다. 장 콕토가 대본을 쓴 '젊은이와 죽음'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가 주연한 영화 '백야'(1986년 개봉)의 첫 장면을 장식해 유명해진 작품.지난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은퇴한 이원철씨가 젊은이 역을 맡기 위해 돌아왔다.
롤랑 프티가 자신의 아내이자 발레리나인 지지 장메르를 위해 만든 '카르멘'은 오페라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순진한 군인 돈 호세와 팜파탈의 여인 카르멘의 비극적인 사랑을 김지영 · 김현웅씨가 표현한다. 15~1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5000~12만원.(02)587-6181
모던 발레 초기작을 선보이는 국립발레단과 달리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은 1980년대 이후의 최근작을 골라 '디스 이즈 모던' 공연을 선사한다. 1970년대에 안무를 짠 '아를의 여인'을 빼면 롤랑 프티의 나머지 작품들은 1940년대 작(作).당시로선 전통적인 패턴을 벗어났다고 평가받았지만 사실적인 무대처럼 고전 발레의 느낌이 남아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이번 공연은 취리히 발레단의 예술감독인 하인츠 슈푀얼리가 안무한 '올 셸 비'(2001년 초연),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상임 안무가 출신인 윌리엄 포사이드의 '인 더 미들 섬왓 엘리베이티드'(1987년),이스라엘 안무가 오하드 나하린의 대표작을 옴니버스로 이어붙인 '마이너스7'(1990년대 초연작들) 등을 선보인다.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인기 팝송 '섬웨어 오버 더 레인보' 등 친숙한 음악과 망사 옷,망사 스타킹 등 파격적인 의상은 생기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마이너스7' 막바지에는 무대 위 무용수들이 객석의 관객을 끌어내 즉흥 댄스파티를 벌인다. 문훈숙 단장이 작품마다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줘 이해하기도 쉽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이 작품들로 다음 달 터키에서 열리는 '제8회 보드람국제발레페스티벌'에서 초청공연을 한다. 16~18일 유니버설아트센터.1만~12만원.070-7124-1736
단돈 1000원에 국내 안무가가 창작한 모던 발레를 즐길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세종문화회관이 여는 '천원의 행복' 공연에 참가하는 '더 히스토리 오브 발레'다.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의 상임 안무가인 제임스 전의 작품 6편을 포함한 총 8편의 작품을 묶은 갈라 공연이다. 26~27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02)3442-2637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