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 피가 두드리는 베토벤

차세대 피아니스트 김태형씨
키오이 신포니에타 도쿄와 협연
"이번에 제가 연주할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은 그가 원숙기 때 쓴 곡인데,세밀한 나사로 조인 듯 섬세한 작품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쓴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의 압도적인 분위기와 달리 재기 넘치고 수다스러우며 사랑스러운 곡이죠.몇 년 전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과 함께 짧은 기간에 부랴부랴 준비하고 연주해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충분히 연습해서 들려줄 겁니다. "

독일 뮌헨 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의 졸업연주회를 갓 마친 신예 피아니스트 김태형씨(25는 오는 1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가질 연주회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생각도 있었는데 프로그램에 베토벤의 교향곡이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게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4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은 '코리올란 서곡''교향곡 7번' 등 모두 베토벤의 작품으로 꾸몄다. 김씨는 이날 키오이 신포니에타 도쿄와 협연한다. 키오이 신포니에타 도쿄는 1995년 신일본제철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키오이홀의 상주 오케스트라로,일본의 정상급 교향악단으로 꼽힌다. 지휘를 맡은 카와세 켄타로(26)는 일본 인기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인 타마키 히로시에게 지휘를 직접 가르쳐 화제가 됐다.

김씨는 "카와세 켄타로와는 처음 공연하지만 독일에 있는 일본 친구들로부터 굉장히 실력 있는 지휘자라는 말을 많이 들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지난해부터 독일에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엘리소 비르살라체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김씨는 지난 6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5위를 차지한 실력파다. 그동안 하마바츠 · 롱티보 · 모로코 · 포르투 콩쿠르 등에서 잇달아 수상하면서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손꼽히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지금 생각해도 후회는 없어요.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웠죠.특히 결선에서 연주한 브람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준비하면서 음과 음 사이를 끊지 않고 이어서 연주하는 레가토 등 제게 없던 테크닉도 익혔어요. 벨기에 · 네덜란드 · 룩셈부르크 등 이른바 '베네룩스'에서 공연도 할 수 있게 됐죠."

그는 앞으로 1년 정도 독일에서 더 공부하면서 최근에 푹 빠진 슈베르트 등의 가곡에 집중할 예정.기악곡은 자신의 느낌으로 연주하면 되지만 가곡은 가사가 있고 노래 속에 캐릭터가 많기 때문에 소화하기 쉽지 않다고 그는 설명했다.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독일어권 작곡가들을 더욱 좋아하게 됐어요. 여행하면서 잠깐 봤던 것과 달리 여기서 살다보니 독일인의 삶의 방식이 작품에 녹아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유학생 신분이라서 더 그렇겠지만 여기서는 공연 기회가 별로 없어서 아쉬워요. 뭔가 고집스럽고 견고한 독일에서 연주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