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 '통큰 결정'…모두 기피하는 주물업체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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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23개 업체 이전 MOU…고덕면 일대 45만㎡에 단지조성충남 예산군(군수 최승우)이 인천지역 주물업체 23곳을 한꺼번에 유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기피하는 주물업체를 과감히 끌어들이면서 침체됐던 투자유치 활동도 활기를 되찾게 됐다.
직원들 나서 원스톱 입주 서비스
12일 예산군에 따르면 예산군과 경인주물조합은 최근 주물조합 소속사 34개 업체 중 23개 업체를 고덕면 상몽리 일대 45만500㎡(15만평) 부지에 이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예산군은 이들 기업의 입주를 계기로 지역 내에 주물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이를 위한 용역작업에 들어갔다. 경인주물조합 산하 주물업체들은 그동안의 터전이었던 인천 서구를 떠나기로 마음먹었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어왔다. 경인주물공단이 설립된 지 27년째 되면서 입주업체들의 설비가 노후화되고 장소도 협소해졌지만 인천시의 환경규제 강화로 공간 확장이 불가능했다. 그 와중에 인접한 청라지구의 입주를 앞두고 주민들로부터'오염업종'이라는 눈총이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이전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비수도권 지역 중 수도권과 인접한 충남 지역 몇몇 지자체에 입주 의사를 타진했지만 '입주 제한 업종'이라는 얘기만 들어야 했다. 그러던 중 예산군이 이들 업체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예산군 관계자는 "예산은 천안,당진,아산 등 이웃 지역에 비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기업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고 투자유치도 부진했다"며 "주물은 고부가가치업종도 대기업군도 아니지만 대표적인 뿌리산업이라는 점에서 예산군의 기업 유치 의지를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천안은 216개 기업을 유치했고 아산과 당진의 기업유치 건수도 100건을 넘었지만 예산은 20곳에 불과했다. 예산군 관계자는 "주물업체들이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직원들이 원스톱 입주 서비스 외에 입주 지역의 공인중개사들을 알선해주고 지가와 세제 등을 일일이 확인해 안내하는 등 군청이 사실상 공인중개사 역할까지 도맡아하면서 업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산군과 주물업체들은 최근 공동으로 일본 주물업계도 탐방했다. 친환경 공단 조성을 위한 노하우를 얻어 환경에 대한 지역 주민의 우려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한 주물업체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워터 스프레이를 통해 분진 확산을 차단하고,담장을 헐어 화단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기술과 노하우로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고 주민들과 소통한다"며 "이 때문에 주물업체들이 주택가에 들어서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예산군은 분진 배출 가능성이 높은 탈사공정을 위해 별도 공간을 마련한 후 집진설비를 갖출 방침이다. 또 탈사동까지의 이동로를 지하에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승우 군수는 "지금은 대부분 주물업체들이 전기로를 통해 쇳물을 만들기 때문에 과거처럼 분진,폐수가 발생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도 "하지만 이들 업체의 입주에 따른 주민들의 우려도 있는 만큼 대화로 주민을 설득하고,체계적 육성을 통해 20~3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산업단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