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매긴 국가 신용등급…"미국은 中보다 한 수 아래"

"무디스ㆍ피치ㆍS&P 못믿겠다" 신평사 다궁, 50개국 평가
성장속도ㆍ정치안정 '높은 배점'…유럽국가들 대거 뒤로 밀려
중국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자국보다 낮은 세계 13위로 평가,세계 초일류 국가군에서 제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에 대한 신뢰와 개혁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비(非)서방국가로는 처음으로 중국이 주요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매겨 주목된다. 중국 유일의 신용평가기관인 다궁국제신용평가(大公國際資信評價)는 11일 세계 50개국에 대한 신용평가 보고서를 베이징에 있는 관영 신화통신사에서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위안화채권 신용등급이 AA+, 외화채권 신용등급이 AAA로 전 세계 10위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은 달러채권과 외화채권이 모두 AA등급에 그쳤고 '부정적'이란 전망이 붙어 중국보다 세 단계 낮은 13위에 머물렀다. 한국은 원화채권과 외화채권에 모두 AA- 등급이 매겨져 종합 14위를 기록,미국에 비해선 한 단계 낮고 일본보다는 한 단계 위로 평가됐다.

중국이 자국 통화 및 외화표시 채권 등급에서 모두 AAA를 부여한 나라는 노르웨이 덴마크 룩셈부르크 스위스 싱가포르 등 5개국이다. 다궁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를 차지하는 주요 50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평가는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평가 내용과 다른 점이 많다. 다궁은 3대 신용평가사가 최고등급을 부여한 미국 국채에 AA와 부정적이란 전망을 내린 데 대해 "경제성장이 더딘 데다 디폴트(국가부도) 및 자금조달 비용 상승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궁은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신흥개발국들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 반면 경제 발전이 정체되고 빚이 많은 선진국들에는 낮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독일(11위),프랑스(17위) 등 유럽 주요국에 대해서도 재정적자 문제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3대 신평사보다 낮은 등급을 부여했다.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짐에 따라 신용 디폴트 리스크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도 한국보다 낮은 16위에 머물렀다.

다궁은 "국가의 종합 실력과 정부의 재정 능력이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국가의 종합 실력에는 지속적인 발전 능력과 미래의 안정적인 재정수입 잠재력이 감안됐다"고 설명했다.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한 다궁은 민영기업이지만 관영 신화통신사에서 발표회를 열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와 사전에 교감을 가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관젠중 다궁 회장은 "현재 서방 국가들이 이끄는 국가 신용등급 평가 시스템에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의 책임이 있다"며 "잘못된 신용등급 정보를 제공한 기존 신평사들과 달리 다궁은 현실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궁의 이번 신용평가에 대해 "국가신용평가가 나름대로 각국의 위상을 상징하고 있지만 중국은 서방세계에 의해 자신들의 점수가 매겨진다는 데 대해 불만이 많았다"며 "국제사회의 리더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움직임의 하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