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박영준 싸움, 2년전과 닮은꼴

鄭, 선진연대 고리로 공격 … 朴 "누군가 장난치고 있다"
정인철 비서관도 사의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2008년 6월7일 "대통령 주변 일부 인사들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보수의 자기 혁신에 헌신하면서 백의종군하겠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구체적으로 박영준 당시 기획조정비서관(현재 총리실 국무차장)을 정조준한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6 · 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이너서클의 권력 투쟁 중심에 또다시 두 사람이 서 있다. 정 의원은 민간사찰로 불거진 영포라인 파문,선진국민연대 월권 논란 등에 대해 "2년 전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 입장에서 통곡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여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권력다툼으로 비쳐지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화합을 당부했다고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이 12일 전했다. 사실상 "권력 투쟁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다. 그렇지만 박 차장 측의 반격은 멈추지 않았다. 박 차장은 이날 "누군가 내부에서 장난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그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사퇴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2년 전 정 의원의 공격을 받은 지 이틀 만에 눈물을 흘리며 보따리를 싸서 청와대를 떠났지만 이번엔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다만 권력투쟁이 심화되면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2년 전 권력투쟁 후 청와대 참모 개편,개각 등의 수순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도 같은 코스를 예고하고 있다. 청와대는 권력갈등에서 벗어나 국면전환을 하기 위해서라도 2년 전과 같이 청와대 참모와 내각 인사를 서두르고 있다.

대선을 치르는 동안만 해도 동지였던 정 의원과 박 차장이 왜 틀어졌을까. 두 사람 모두 이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으로 통했으나 대선 후 상황은 급변했다. 인수위원회 초기 땐 정 의원에게 힘이 쏠렸다. 새 정부에서 '한자리' 하려는 사람은 정 의원에게 줄을 대려고 안간힘을 썼다는 얘기들이 인수위 안팎에서 자자했다. 내각 및 청와대 참모 인선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정 의원이 배제됐다'는 설들이 나돌았다.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 차장이 인사 작업에 관여하면서 상대적으로 정 의원의 입지가 좁아졌다. 인사는 당시 소공동 롯데호텔 31층에서 박 차장 등 '4인방'이 주도하고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편 영포라인 파문과 관련,11일 사표를 제출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에 이어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도 총리실 민간인 사찰 파문의 책임을 지고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정 비서관은 "할 말은 많지만 제 가슴에 묻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더 이상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오늘 이 자리를 물러난다"고 밝혔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