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레이더] 근린상가 없는 강일지구 "슈퍼 한곳 없어 원정쇼핑"

시행사-조합원 상가분양 마찰
상업용지 빈터…편의시설 부족
상가 3.3㎡당 4500만원 치솟아

"아파트 상가에 학원 교회 요양소만 있고 슈퍼마켓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명일동까지 생필품을 사러 원정쇼핑을 갔다오려니 여간 불편하지 않네요. "

올해 초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 아파트에 입주한 김모씨(40)는 "대규모 택지지구인데도 변변한 근린상가 한 곳이 없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강일1지구는 올 들어 아파트 6400여채가 입주를 완료했지만 근린상가가 한 곳도 없다. 근린상가가 들어설 상업용지엔 잡초만 무성하다. 전체 19개 필지의 상업용지엔 주민센터만 덩그러니 서 있다. 그 중 한 필지에서만 근린상가 1개동이 오는 9월 개장을 목표로 공사하고 있다. 입주와 동시에 근린상가 몇 곳이 개장하는 다른 택지지구와는 큰 차이가 난다. 근린상가가 없다 보니 소규모 단지 내 상가에는 요양소,학원,교회,횟집,네일아트점 등만 잔뜩 들어섰다.

강일지구에 근린상가 시설이 이처럼 부족하게 된 데엔 오랫동안 지속돼 온 조합원과 시행사 간 마찰이 작용하고 있다. 강일지구 택지개발을 담당한 SH공사 관계자는 "토지 보상을 받은 원주민과 시행사들이 이윤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근린상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행사 · 원주민 간 다툼이 있긴 하지만 SH공사가 책임을 갖고 제대로 중재를 섰다면 지금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SH공사도 지금의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근린상가 시설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강일지구 일대 상가 매매가격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지상 1층의 7~8평짜리 단지 내 상가 점포는 3억원을 호가하고 있지만 매물을 구경하기 힘들다. 상업용지에서 분양을 앞둔 근린상가의 분양가도 3.3㎡당 45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보다 입지가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판교신도시 근린상가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예정대로 내년 초 2,3지구 입주가 이뤄지면 강일지구는 1만400채의 초대형 주거단지로 바뀐다"며 "그런데도 상가 공급이 지연되고 있어 주민 불편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