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윈도드레싱 금지'] "잘못된 관행 근절" vs "현실 무시한 접근" 논란

"포트폴리오 교체는 가능"
"변동성 줄이는 순기능 간과"…기관ㆍ펀드매니저는 반발
금융당국이 기관의 관행인 '윈도드레싱'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단 의지를 밝힌 것은 선진 자본시장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비정상적인 주가 급락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방어적 차원의 윈도드레싱이 대부분이고,주가 변동성을 줄이는 긍정적인 측면을 간과한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윈도드레싱은 그 자체로 시세조종"
금융당국은 윈도드레싱이 근절돼야 할 시세조종 행위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사안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윈도드레싱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의 입장은 더 강경하다. 금감원은 윈도드레싱은 원래 분식을 뜻하는 회계용어인데 증시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개념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수익률이 저절로 제고되는 것이 아닌 만큼 인위적인 조종이 들어가는 윈도드레싱은 불법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에선 윈도드레싱이라는 말 대신 법률적으로 주가 조작(price manipulation)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발생한 184건의 주가 조작 사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윈도드레싱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시세조종이 없는 윈도드레싱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원칙적인 차원의 제한적인 윈도드레싱은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량 종목 중심으로 단순히 펀드 포트폴리오를 교체하는 정도는 어느 나라에서나 용인되는 수준"이라며 "그 외에 종가 관여나 시세를 움직이는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방침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은 윈도드레싱 허용 범위에 대한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나 금감원의 시세조종 적출 기준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다"며 "윈도드레싱을 법적으로 정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을 펀드매니저나 자산운용업계가 스스로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벌백계냐,현실 도외시한 조치냐


윈도드레싱은 통상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가장 흔한 유형이 분기 또는 연말 결산일의 폐장 직전 동시호가 등에 참여해 주가를 밀어올리는 것이다. 대량 매수 주문을 집중시켜 주가를 올리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더 은밀한 방식도 동원된다. 결산일에 한꺼번에 나서는 대신 결산일을 한두 주 앞두고 꾸준히 주가를 관리하는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호재를 흘리는 등 다양한 수법이 동원된다. 또 대량 허수 주문을 내 해당 종목의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오판하게 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주문을 취소하는 기법도 활용된다.

조직적인 불법 행위도 거론된다. 학연과 지연으로 엮인 펀드매니저들끼리 공모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연계매매도 윈도드레싱의 유형으로 지목된다. 또 결산기를 앞두고 보유 종목에 대한 부정적 보고서를 내지 못하도록 애널리스트들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요즘 들어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20~30년간 은밀히 진행돼 온 윈도드레싱에 대해 당국이 칼을 빼든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연기금 자금을 뺏기지 않으려는 목적에 과도한 시세조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펀드매니저들은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지금은 사라진 행위인 데다 현실적인 윈도드레싱 수요를 도외시한 감독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펀드매니저는 "정보 비대칭이 심한 국내 시장에서 과도한 주가 급락이 발생할 경우 기관이 중심을 잡고 시장조성 차원에서 개입하는 게 현실"이라며 "모든 윈도드레싱을 불법으로 모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