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매출 10조8천억…'상시低價' 전략으로 유통파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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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1992년 1680억원 vs 2010년 7월 현재 9조8400억원.'지난 18년간 변화한 신세계의 시가총액 규모다. 신세계는 그간 연평균 3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명실공히 국내 대표 소매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엔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빠른 펀더멘털(실적) 개선이 자리잡고 있다. 1992년 5462억원에 불과했던 신세계의 총매출(프랜차이즈 매출 포함)은 지난해 13조8000억원으로 24.5배 증가했다. 국내 소매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1.1%에서 7.5%로 높아졌다. 영업이익은 274억원에서 9193억원으로 30배 넘게 급증했고,순익은 78억원에서 5680억원으로 72배나 불어났다.
[전문가 심층진단]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대형마트 시장 선두주자신세계가 이마트를 론칭한 것은 1993년 11월이다. 당시 국내 경기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소비가 더 이상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었던 데다 중산층 확산으로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백화점과 슈퍼마켓 중심이던 소매유통산업은 편의점이 등장하며 변화의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당시 현대화된 기업형 유통채널의 비중은 약 25%에 불과했고,유통시장 개방으로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소매유통 시스템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고 있었다.
신세계는 이런 환경변화에 대응해 발빠르게 대형마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소매유통업체들을 벤치마크 삼아 한국형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론칭했고,비슷한 물건엔 동일한 가격대를 적용하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가격체계를 서로 다른 가격대의 '일물다가'(一物多價)로 바꿨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가격결정권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옮겨오는 유통구조의 혁신을 가져왔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소비자들은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고 이마트는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1998년 한국을 강타한 외환위기는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행태를 한층 더 강화시켜 대형마트 사업의 안착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위기를 기회로 인식한 신세계는 1998년 이마트 점포 수를 14개로 늘리며 대형마트 사상 처음으로 총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2002년 이마트의 점포 수는 50개로 늘어났고 총매출은 5조원을 넘어섰다. 당시 대형마트 시장은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업계의 공격적인 출점으로 시장 규모가 18조3000억원으로 늘어 도입 9년 만에 백화점을 제치고 국내 최대 소매유통채널로 등극했다. 이마트는 2006년 월마트코리아의 16개 점포를 인수해 업계 사상 처음으로 100개 점포망을 구축하는 등 대형마트 시장에서 넘볼 수 없는 독주체제를 구축했다. 작년말 이마트의 점포 수는 모두 127개로 지난해 매출은 10조8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신세계의 시가총액은 사상 최고치인 2007년 14조6000억원을 정점으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2007년 이후 대형 인수 · 합병(M&A)을 통한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허용한 가운데 대형마트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는 다시 성장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가격 경쟁력 · 중국사업 강화로 도약 기대최근 신세계가 내놓은 국내외 사업전략은 일단 기대감을 가질 만하다. 신세계는 올 초 일시적 가격인하 방식이 아닌 '상시저가'(EDLP:Every Day Low Price) 방식의 가격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최근 2~3년간 고급화전략이 오히려 이마트의 핵심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가격전략을 도입한 이후 입점객 수가 2~3%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대상 품목을 점차 확대하는 한편 재고관리단위(SKU)를 압축하고 포장과 판매대를 모듈화하는 등 저비용 운영체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온라인몰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동시에 배송서비스를 대폭 강화했다. 오프라인에서의 경쟁력을 온라인에서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이다. 신세계는 국내 최다인 하루 최대 10회까지 배송물량을 발송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3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무료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세계는 현재 국내에 30여개 이상의 신규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매년 7~8개의 새로운 점포를 개설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점포의 판매효율 개선을 위한 리노베이션과 업태 전환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일부 이마트 점포는 창고형 대형마트로 전환해 고객 접근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중국 사업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정을 가하고 있다. 신세계는 1997년 중국 1호점을 개설하며 의욕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지만,10개점 체제를 구축하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작년말 점포 수도 23개에 그치고 있다. 해외 사업에서 지난해 580억원의 손실을 입으면서 신규 출점이 지연되는 등 전반적으로 성과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신세계는 고급인력 채용을 늘리고 조직을 대폭 개편하는 한편 제품 매입방식 개선과 벤더 육성시스템 구축 등 사업 시스템 안정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2012년 중국사업의 안착을 목표로 신규 출점을 재개하는 등 중 · 장기적인 성장 동력으로 다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백화점 사업도 경쟁력 회복
대형마트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접어들면서 신세계는 본격적으로 백화점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2004년 강남점을 대폭 확장한 데 이어 2005년 본점 신관 개점,2007년 본점 명품관 및 경기점 개점 등 고급화와 함께 '지역 1번점'을 전략으로 내걸었다. 지난해엔 쇼핑몰 컨셉트를 접목시킨 세계 최대 규모의 부산 센텀시티점이 문을 열었고,영등포점이 리뉴얼을 끝내고 재개장하면서 백화점 부문의 총매출은 3조원대로 뜀박질했다. 유통인구가 소득 및 소비행태로 인해 차별화 양상을 보임에 따라 각 고객층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으로 경기회복에 따른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전환점에 선 신세계의 이 같은 사업전략 변화는 아직 성패 여부를 확신할 수 없지만,과거 국내 유통시장에 '신세계'를 열었던 경쟁력과 저력을 확보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