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방만경영 곪아 터진 성남시 '모라토리엄'

경기도 성남시가 판교신도시 조성을 위한 판교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돈 5200억원에 대해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파문이 일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재정으로는 LH공사와 국토해양부 등에 갚아야 할 5200억원을 단기간 내 상환할 능력이 안돼 지급유예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70%가 넘는 재정 자립도를 보일 정도로 재정 상태가 양호한 지자체라는 점에서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온 지자체의 방만 경영,예산 낭비,호화 청사 건설에 따른 재정 악화의 문제가 결국 곪아 터진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만에 하나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이 다른 지자체로까지 확산될 경우 그 파장은 예측조차 어려운 실정이고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성남시의 갑작스러운 모라토리엄 선언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관련자들은 지급유예를 선언한 5200억원 중 초과수익부담금 2900억원은 재투자할 돈이고 나머지 공공사업비 2300억원도 당장 갚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임 이 시장이 "전임 시장이 공원 조성,주거환경 정비 등 급하지 않은 곳에 사업을 벌인 결과"라고 밝혔듯,재정위기의 책임을 자신이 질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 배경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상당수 지자체가 방만한 경영과 무모한 개발,호화 청사 건립 등으로 심각한 재정위기에 처해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성남시의 지급유예 선언은 이미 예고된 일일 수 있다. 성남시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 또 다른 지자체에서 제2,제3의 유사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와 각 지자체는 현재 진행 중인 대형 지자체 주도 사업을 일제히 점검, 불요불급한 사업은 없는지, 재원조달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근본적인 지방재정 건전화 대책을 강구하는 한편,무엇보다 국민의 세금이 보다 투명하게 집행되고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에서 감시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