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교토식 경영 탐방기‥기업혁신 원동력은 '경영기법' 아닌 '조직원 마인드'

'교세라의 아메바 경영을 배워 와라.'

교토식 경영 탐방단에 참여하게 된 필자에게 부여된 임무였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작은 기업들도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 그러나 교토에 있는 기업들만은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그 원동력은 '교토식 경영'에 있다. 도쿄와 오사카를 다녀온 경험이 있을 뿐이었던 내게 교토는 생소하게 다가왔다. 간사이 공항에서 내려 교토로 이동하는 동안 많은 절과 유적지들이 눈에 들어왔다. 천년고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관광도시 같았다. 첨단도시도 아닌 이런 곳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다는 게 왠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을 방문하기에 앞서 스에마쓰 지히로 교토대 교수로부터 교토 기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가 말하는 교토 기업의 성공요인은 '조직을 움직이는 각 모듈(팀)을 최적화하는 것'이었다. 이번 탐방에서 얻어 가야 하는 핵심 노하우다.

둘째날 서둘러 이동한 곳은 유명한 MK택시였다. 월드컵 16강을 결정짓는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를 야외에서 응원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탄 차였다. 택시에 오르기 전까지 고객을 위해 우산을 받쳐주고,도어 서비스까지 해 준 그 택시! 당시엔 비몽사몽이어서 별 감흥이 없었지만 MK택시 본사에서 기억을 되짚어보니 상상 이상의 서비스를 받았던 것이다. MK택시에는 '택시 요금 안에는 서비스료가 포함돼 있다'는 말이 붙어 있다. 가슴 깊게 다가왔다. 필자가 귀국 후 전 사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보고에서 그 문구를 인용,'우리가 파는 상품 안에는 서비스료가 포함돼 있습니다'라며 서비스가 선택이 아닌 필수 의무사항임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찾아간 호리바제작소에서는 그동안 우리 회사에서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겪었던 실행공동체(COP · Community Of Practice) 활동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호리바제작소가 노동 시간은 반으로 줄이면서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행하는 블랙잭제도 소개와 질의 · 응답을 통해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많은 부분을 이해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계기가 됐다.

셋째날은 교토탐방단에서 처음 알게 된 옴론을 방문했다. 이 회사는 '기업은 사회의 공기(公器)다'란 기업 이념하에 다양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을 하고 있었다. 특히 '협업'을 '협창(協創) 마인드'로 표현하면서 파트너들의 성공을 위해 독자기술을 공개하는 CSR 측면에서 본이 되는 기업이었다. 마침 우리 회사 사장님의 지시로 '이브자리'가 진행하는 다양한 CSR 활동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노하우를 얻게 됐다. '이브자리'는 침구를 하나 사면 어려운 이들에게 또 하나의 침구를 기부하는 '기부천사'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마지막 방문 기업은 교세라였다. '아메바 경영'의 현장을 찾은 것이다. 아메바 경영이란 독립채산이 가능한 최소 규모로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아메바 경영에 대한 이해와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철학에 대한 강연을 듣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이동한 곳은 바로 교세라의 경영연구소였다. 정작 놀라운 것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교세라의 성공요인을 '아메바 경영'으로 강조하고 설명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교세라의 성공요인을 경영철학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메바 경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교세라의 경영철학인 '경천애인(敬天愛人 · 항상 공명 정대하고 하늘을 존경하고 사람과 일,회사를 사랑함)'에 비하면 아메바 경영은 그저 경영 기법에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필자 회사의 대표께서 회사의 미션과 비전,가치체계를 어떤 경영과제보다 우선시했던 것에 대해 의문이 한순간에 해소됐다. 기업 혁신의 원동력은 '경영 기법'이 아니라 '조직원들의 마인드'란 것을 새삼 인식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번 교토 기업 탐방에서 필자가 인상 깊게 배운 것은 기업의 경영철학과 이념,가치체계 등을 근간으로 블랙잭제도 아메바경영 같은 경영혁신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조직 문화화'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경영철학과 경영혁신 기법,혁신 문화화가 삼위일체로 운영돼야 한다.

성공적인 기업을 꿈꾼다면 교토 기업을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들의 생활화된 혁신문화를 살펴보고 이념과 실행전략을 내 회사에 접목시킨다면 성공 기업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재헌 이브자리 기획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