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보는경제] BSI에 거는 작은 기대

기대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심리학 용어로 '피그말리온 효과'와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 전자는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을 사랑하게 된 피그말리온은 여인상이 인간이 되길 소원했고, 이에 감동한 여신 아프로디테가 여인상에게 생명을 줘 결국 둘이 결혼하게 됐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온 용어다. 그리고 후자는 임상실험 결과 아무런 효능이 없는 약도 진짜 약이라 믿고 복용한 사람들에게 약효가 나타남을 말하는 용어이다. 둘 다 기대가 실제로 유효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객관적인 사실과 명확한 숫자로 설명되는 경제 영역에서도 기대의 힘은 분명히 작용한다. 투자자들의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장 전망은 주가 폭락을 야기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미래 전망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 확대는 물론 기업의 생산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주관적인 판단과 미래에 대한 기대는 현재 경기상황을 판단하고 향후 경기흐름을 예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에 착안한 경기예측방법 중 하나로 기업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작성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Business Survey Index)가 있다. BSI의 여러 구성지표 중에 실물경기와 상관성이 가장 높은 것은 계절조정 업황 BSI인데, 과거 추이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전망치가 실적치를 상회한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즉 2003년 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총 89번의 조사 결과 제조업계의 전망 BSI가 실적 BSI보다 높거나 같았던 적은 74번이었던 반면 낮은 적은 15번에 불과했다. 이로부터 기업은 대체로 장래의 경기를 낙관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결과적으로 봤을 때 실적 BSI가 전망 BSI의 움직임을 따라오며, 두 지표가 각각 경기동행지수 및 경기선행지수와 상관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발표된 기업경기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현 경기에 대한 판단과 미래 전망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조정 업황 BSI의 6월 실적과 7월 전망이 제조업의 경우 106과 108로 전월대비 모두 6p 상승했고, 비제조업의 경우엔 86과 89로 전월과 같거나 2p 상승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장기화로 인한 세계경제 더블딥 우려 제기, 불안한 환율 움직임과 원자재 가격 상승세 등 기업들의 향후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의외의 결과이기도 하며, 한편으로 조금은 안심이 되기도 한다. 기업들의 낙관적인 경기전망이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면 요즘 들어 대두되는 하반기 경기둔화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말은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모은 소설 '연금술사'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우리 경제에 대내외적인 불안 요소가 많지만 기업의 긍정적 기대가 실물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을 발휘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