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ECB도 스트레스 테스트를

91개 유럽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오는 23일 공개된다. 2008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 2년 만이다. 왜 이제서야 유럽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던 유럽 은행들의 건전성 문제가 더 이상 가려질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현재 유럽,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은행들의 경우 상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유로존 은행 간 상호대출금액은 유로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웃도는 6조유로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선 은행 한 곳의 붕괴가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재정위기 진앙지인 그리스의 총 부채 규모는 유로존 전체 GDP의 3% 이하다. 뿐만 아니라 유로존 전체 은행 자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그리스의 채무가 매우 집중화돼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단기채무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 은행들은 만기가 돌아오는 빚을 갚기 위한 자금조달에 혈안이 돼 있다. 그러나 높은 조달비용이 문제다.

현재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은 유럽의 경제성장이 아니다. 지난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이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시장의 관심은 유럽 각국의 부채에 쏠려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 달에 발표할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테스트 기준이 강할수록 효과는 더 강하다. 최악의 위기를 가정했을 때 손실이 더 커지기 때문에 은행의 부실 상태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번 테스트에서 그리스 국채에 대해 17% 평가절하를 가정했다는 소식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유럽 은행들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재무구조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 금융시장이 안정화돼 시장의 신뢰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오른다. 유럽 은행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한 ECB는 과연 안전할까.

ECB는 지난달 PIGS(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국채 500억유로어치를 매입했다.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긴급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들 4개 국가에 대한 ECB의 총 익스포저는 현재 2000억유로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주 은행의 유동성 강화를 위해 국채 매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유로존 은행에 대출해 준 금액은 9000억유로에 육박한다.

이젠 ECB도 다른 유럽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재정건전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스를 비롯해 재정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돈을 빌려준 일반 은행들과 ECB 모두 똑같은 테스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ECB도 하루빨리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야만 한다. 다니엘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센터 소장 / 정리=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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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다니엘 그로스 소장이 '유럽의 고통받는 은행들(Europe's Stressed Banks)'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