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복지병 수렁'에 빠지나] (3) "車 한대 있다는 죄로…" 차상위계층 혜택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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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초생활보장의 역설복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자원이 집중되다 보니 소외감을 느끼는 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다. 복지 혜택이 150여만명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 대부분 돌아가기 때문에 이들보다 소득이 약간 나은 차상위 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세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에 해당하는 차상위 계층은 보건복지부 추산으로 170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예컨대 최저생계비보다 1만원을 더 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저생계비뿐만 아니라 교육 · 의료 · 주거비 지원 혜택을 받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비해 차상위 계층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다. 이로 인해 차상위계층에 속해 있는 많은 사람들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례가 적지 않다.
차상위계층 외에 최저생계비 이하 소득을 갖고도 부양의무자 기준이나 재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 이들을 포함한 '비수급 빈곤층'은 400만명에 이른다. 권병기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자식(부양의무자)이 있다거나 타인이 명의를 빌려 등록한 자동차나 집이 재산으로 잡혀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수혜자들을 매우 엄격하게 가려내는 이유가 '과도한 혜택'에 있다는 것도 복지의 역설이다. 지나치게 관대한 복지 제도로 인해 매우 제한적인 사람들만 수혜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는 이 제도가 시행된 2000년 이후 10년간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다. 2001년 142만명이었던 수급자는 올해 5월 말 157만명으로 10% 정도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빈곤층이 그동안 늘어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수급자 혜택이 너무 많아 정부가 대상자를 함부로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