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화합·흥행 실패한 '3無' 한나라 전대

안상수·홍준표 선두 다툼 속 정두언 추격 양상
여성 몫 나경원 강세…14일 당대표·최고위원 선출
한나라당은 14일 전당대회를 열어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한다. 안상수 홍준표 후보의 양강 구도에 남경필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정두언 후보가 선두 경쟁을 벌이는 양상이다.

여성 몫 최고위원으로는 나경원 후보가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친박의 서병수 이성헌 의원과 쇄신파 대표인 김성식 후보가 막판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대는 초반 6 · 2 지방선거 패배로 흔들리고 있는 당에 쇄신과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리더십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중반 '영포회 논란'과 후보 상호간 네거티브전이 불붙으면서 감동도 재미도 없는 '3무(無) 전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주류다.

이번 전대의 초반 최대 이슈는 단연 당 쇄신과 화합이었다. 하지만 선거 중반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과 영포회 인사 개입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 쇄신 목소리는 여권 주류의 권력 다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계파별 줄 세우기가 판세를 좌지우지하는 구태를 재연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계파별로 상당수 의원들이 각 캠프에 줄을 서고 자리를 약속받았다는 소문이 곳곳에서 들린다"며 "쇄신 대상이 될 사람들이 전대판을 흔들고 있으니 쇄신의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선거가 과열되면서 후보들 간 벼랑끝 네거티브전과 폭로전도 난무했다. 선거 초반 최대 화두였던 친이 · 친박 간 화합 논의는 이성헌 의원의 총리실 자료 유출 관련 폭로로 여권 주류의 권력싸움을 친박계가 부추기는 꼴이 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양강으로 평가받는 안상수 · 홍준표 후보는 안 후보의 병역기피 논란을 매개로 마지막 날까지 서로 으르렁댔다. 상황이 이렇자 당 곳곳에서는 전대 후 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대가 후보들 간 이전투구의 장으로 변하면서 당의 대국민 이미지가 추락하는 등 흥행 면에서도 참패를 기록했다. 이번 전대를 이끌었던 김무성 비상대책위원장은 13일 "야당의 정권 흔들기와 한나라당 분열책에 이용당하지 말라고 부탁했는데 막판에 과열되다 보니 국민이 보기에 이전투구로 보일 수 있는 일들이 생겨 아쉽다"고 말했다. 박근혜 이재오 정몽준 등 거물급 인사들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후보들이 계파별로 '적자' 논쟁에 치중하다 보니 후보들 개개인의 특징이 가려진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