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후폭풍…인천도시공사, 채권 발행 연기

지방·공사채시장 급속 냉각
재정 상태따라 신용도 차별화
부실 지자체 신규발행 힘들듯

채권시장에 경기도 성남시의 사업비 지급유예 선언에 따른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방채와 공사채는 그간 국고채 다음으로 안정적인 채권으로 취급되며 발행이 급증했지만 지방자치단체별로 상환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성남시 사태로 지자체와 공기업들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이슈가 지속되면서 지방 정부의 자금조달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지방채 발행잔액 '눈덩이'
13일 행정안전부와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공모로 발행된 지방채 잔액은 모두 16조7250억원으로 작년 말(15조6490억원) 대비 1조원 넘게 불어났다. 2008년 말 13조4500억원 선에 그쳤던 지방채 발행 잔액은 작년 한 해 동안에만 2조1930억원 증가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지자체의 자금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안정성이 뛰어나면서 국고채보다 높은 금리를 준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아 발행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방 · 공사채의 경우 표면금리는 낮지만 할인된 가격으로 매수해 세제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손'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와 공기업이 발행하는 지방 · 공사채(AAA) 외에 지방공사가 발행하는 공사채도 신용등급이 'AA+'로 높아 우량채를 선호하는 기관들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소매채권 담당자는 "지방채는 국고채처럼 정해진 일정이나 발행 규모가 없어 물량이 나오는 족족 팔려나간다"고 전했다.

하지만 성남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시장 분위기가 180도 바뀌는 양상이다. 김형호 아이투신운용 본부장은 "자치단체들이 파산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채권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인식이지만 성남시 사태로 신용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며 "한동안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형상 우리CS자산운용 채권매니저는 "채무불이행 같은 문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그동안 워낙 많이 발행된 탓에 주요 기관들이 추가로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며 "당분간 발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인천도시개발공사는 14일로 예정돼 있던 1000억원 규모의 채권 발행을 연기했다. ◆신용도 평가 달라질 듯

그동안 차별화가 되지 못했던 지방 · 공사채의 신용도 평가에 변화가 일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발행자치단체의 재무구조에 관계없이 고평가돼 있던 신용도가 정상화 국면을 찾아갈 것이란 얘기다.

강성부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그간 지방채와 공사채는 스프레드(국고채와의 수익률 격차)가 다른 채권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며 "성남시 사태를 계기로 향후 지자체나 공기업에 대한 신용평가가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방만한 경영으로 채권 발행을 남발해 온 자치단체와 공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이 높아질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을 요청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발행시장에서도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안 매니저는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공사채는 여전히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이날 SH공사가 동일등급 채권 유통수익률(연 4.38%)보다 소폭 높은 연 4.4%로 예정했던 1000억원의 채권 발행에 성공한 점을 예로 들었다. 김형호 본부장은 "지방 · 공사채의 크레디트 리스크가 현실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서도 향후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