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하이닉스 인수 제안…LG "의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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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5%에 경영권 주겠다"하이닉스반도체의 매각 얘기가 나오면 가장 적합한 새 주인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 LG그룹이다. 하이닉스의 대주주인 채권은행과 정부는 물론 전자업계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지난 3월 "LG라면 훌륭한 대주주가 될 자격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LG "주력사업 전념할 것"
이번에도 하이닉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은행들로부터 얘기가 나왔다. '하이닉스 지분 5%를 인수하면 경영권도 함께 줄 수 있다'고 LG 측에 제안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5조2000억원 선이기 때문에 5%면 7600억원 수준이다. 프리미엄을 얹어도 1조가 안 되는 돈에 하이닉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파격적인 조건이다. 외국업체에 하이닉스를 넘길 수 없는 채권은행 입장에서 LG만한 후보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업계에서는 LG의 하이닉스 인수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LG전자의 연간 반도체 구매 비용은 3조원이 넘는다. 향후 스마트폰,스마트TV 경쟁을 감안할 때 반도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게 확실시된다. LG전자가 반도체 설계 인력을 1000여명이나 확보하고 있는 국내 2위 반도체 설계업체라는 점도 하이닉스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보여준 뛰어난 실적은 LG-하이닉스 간 시너지에 대한 기대를 낳게 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부품사업과 함께 가전,휴대폰 등 완제품 사업을 동시에 전개함으로써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한쪽이 좋지 않으면 다른 쪽이 커버해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가능하다. 완제품에 집중돼 있는 LG전자의 포트폴리오상 문제점을 하이닉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LG의 입장은 완강하다. LG는 14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는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며 현재의 주력사업과 미래성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LG 측이 설명하는 하이닉스를 인수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포트폴리오가 더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GS와 LS를 분리한 후 LG는 경기에 따라 업황이 크게 변동하는 전자와 화학,통신을 중심으로 그룹이 움직이고 있다. 유통이나 전선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적 시황사업인 반도체까지 가세할 경우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상 리스크는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LG 고위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태양광,차세대전지,차세대조명,종합공조에 주력하기도 바쁘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의 신뢰를 중시해온 LG 기업문화를 감안할 때 LG가 입장을 바꿔 인수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