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驕兵必敗'…잘 달리는 삼성 '채찍' 든 까닭은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라"…전직원에 메시지
'교병필패(驕兵必敗).'

삼성그룹이 14일 전 임직원을 향해 던진 새 메시지다. 능력만 믿고 자만하는 병사는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삼성은 이날 그룹 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 채널인 '마이싱글' 로그인 화면에 '교병필패' 사자성어를 게재했다.
한 장의 만화로 꾸민 화면의 절반에는 "지구정복이 눈앞에 있습니다. 장군,우리가 또 이겼습니다"라며 환호하는 병사들을 그려 놓았다. 그리고 다른 절반에는 한 장수가 '은하계 시대 개막'이라는 신문을 손에 들고 병사들을 향해 "신문은 보고 댕기냐?"며 꾸짖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삼성이 이처럼 교병필패라는 말을 들고 나온 이유는 좋은 실적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겸손해져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만 5조원의 이익을 올렸고 삼성전기 등 다른 계열사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 사회에 교만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도 항상 "위기는 내가 제일이라고 자만할 때 찾아온다"고 말해왔다.

삼성 고위관계자는 "좋은 실적은 고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런 겸손과 감사의 마음을 전 직원들이 가져야 한다는 게 최근 그룹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또 삼성이 실적이 좋다고 잔칫집 분위기를 보일 경우 반삼성 여론이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은 대내외에 알릴 메시지가 있을 때 소통 채널로 마이싱글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회장의 신경영 선언 17주년이었던 지난 6월7일에는 '말은 발굽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의 '마불정제(馬不停蹄)'를 마이싱글에 게재했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