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외국인, 엇갈린 'IT주 매매' 누가 웃을까

개인, 하이닉스·LG전자 사들여
외국인, IT 팔고 철강·유통 매수
코스피지수가 1600대에서 반등하기 시작한 지난 5월25일 이후 개인,기관,외국인 등은 서로 다른 종목을 사들였다. 개인은 하이닉스와 LG전자 등 정보기술(IT)주를 줄곧 사들인 반면,기관과 외국인은 상반기에 매수한 IT주를 처분하고 철강주 건설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했다.

현재까지 수익률에서는 기관과 외국인이 개인을 앞지른다. 하지만 14일 '인텔효과'로 탄력받은 IT주가 향후 주도주로 되살아날 가능성도 있어 개인과 기관 · 외국인 간 수익률 게임이 주목된다. ◆개인은 IT주에 올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25일부터 14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하이닉스다. 이 기간 총 804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LG전자(6369억원)와 LG디스플레이(2421억원)에도 개인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자동차주,삼성생명 등 금융주도 개인 순매수 10위 종목에 올랐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IT주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기관들의 순매도 1위 종목은 LG전자로 6244억원어치를 팔았고 하이닉스 역시 215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 역시 하이닉스(4412억원)와 LG디스플레이(3553억원)를 가장 많이 처분했다. 박원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IT주가 잘나가고 있지만 최근 기관과 외국인의 포트폴리오가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이라며 "그동안 IT주와 자동차주에 자산이 너무 쏠려있었기 때문에 지수 반등기에 차익실현과 균형찾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를 달궜던 반도체 등 IT업황이 하반기부터 조금씩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이들의 매도세를 촉발한 것으로 진단했다.


◆IT주 회복 여부 따라 승패 갈릴 듯

기관들은 현대제철(3478억원)과 포스코(3020억원) 등 철강주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철강 유통가격 하락과 원재료가격 상승 등으로 아직 실적둔화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장기 전망을 우선시한 것 같다"며 "현대제철은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데다 고로 부문에서도 성장성이 기대되는 종목"이라고 밝혔다. 태양광 부문에서 3분기 이후 실적이 주목받고 있는 OCI(2867억원)도 기관이 선호한 종목이었다. 외국인은 최근 유통업종에서 실적 개선 기대가 큰 신세계를 3287억원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외면받았던 건설주 중에서 현대건설을 동반 매수해 눈길을 끌었다. 개인이 같은 기간 가장 많이 팔아치운(4017억원) 종목은 현대건설이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수 · 합병(M&A) 재료를 개인은 위험 요소로,기관과 외국인은 장기적으로 재평가 요인으로 다르게 해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별 성적표는 엇갈렸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하이닉스는 이 기간 6.85% 상승,코스피지수 상승률 9.54%를 밑돌았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개인 순매수 5위에 오른 KT는 10.06% 하락했다. 반면 기관은 OCI(50.26%),현대미포조선(37.07%) 등 10종목 중 포스코를 제외하고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수익률을 올렸다. 외국인 역시 10종목 중 8종목이 10% 넘는 수익을 보였다.

자문형 랩으로 유입된 개인의 '스마트머니'가 저가에 IT주를 사들이며 반격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휴대폰 사업이 부진한 LG전자를 제외하면 IT주가 계속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기관이 팔아넘긴 IT주를 집중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이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