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良書 400권 '책의 향연' 즐겨보자

知의 정원 |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 박연정 옮김 | 예문 | 302쪽 | 1만3500원
소크라테스와 마오쩌둥의 공통점은? 둘 다 문자와 책을 부정했다. 소크라테스는 문자를 사용하면 바보가 된다며 한 권의 책도 쓰지 않았다. 그의 철학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와서야 기록됐다. 마오쩌둥은 문화혁명 당시 민중을 우민화하기 위해 독서 능력을 떨어뜨리려고 했다. 그는 "쓸데없이 책을 읽고 생각에 빠지지 마라.먼저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꼽히는 탐사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와 외교관 출신의 논객 사토 마사루가 《知의 정원》에서 주고받은 대화다. 이 책에는 두 지식인이 '책'을 주제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7만~8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다치바나와 약 1만5000권을 보유한 사토가 총 400권의 책을 추천하며 철학,종교,문학,외교,정치에 대해 토론했다. 다시 한번 읽어볼 만한 고전들의 핵심 내용에 현실 정치와 사회 변화를 녹여내 더 흥미롭다. 한 예로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언급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거리를 재는 것,즉 목측(目測 · 눈대중) 능력'이라는 대목에선 하시모토 류타로 전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정치 스타일을 비교했다. 검도를 한 하시모토가 상대의 칼 끝이 미치는 범위 안으로 파고드는 것은 위험하다며 독특한 거리 두기를 실천한 반면 유도를 좋아했던 푸틴은 달라붙어 겨루는 쪽이었다.

이견들도 대립하기보다 서로 조화를 이뤄 흥미롭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21세기에 갖는 효용성에 대해 사토가 "자기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 해석 논리는 아직 유용하다"고 강조하면 다치바나는 "경험과 감각에 기초하지 않은 선험적인 절대인식이란 망각에 불과하다"고 응수하는 식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책을 매개로 미국의 제국주의화와 소련의 붕괴,일본과 제2차 세계대전,신 좌익의 의미 등 다양한 화두를 끌어와 토론한다.

저자들은 책이 곧 '지식'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지식에 닿기 위해선 먼저 교양을 쌓아야 하며 이 과정이 독서라는 것.전화번호가 지식이라면 교양은 전화를 거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라는 논리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