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줌의 쾌락이 없다면 세상살이 얼마나 팍팍할까

조인선씨 시집 '노래' 출간
조인선씨(44)가 8년 만에 시집 《노래》(문학과지성사 펴냄)를 내놨다.

이번 시집의 특징은 '생명''호흡''몸'으로 표현되는 자연적인 존재로서의 인간과 사회적 인간을 조화롭게 품어낸 것이다. 시인은 '쾌락은 몸의 반응이 이루어내는 만족감에 불과하지만/ 그게 없다면 세상살이 얼마나 팍팍할까'('생을 먹다'일부)라며 현대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국제결혼과 다문화 가정 등 현재 우리사회의 현상들도 담담하게 끌어안았다. 안성에서 축산업을 하는 시인이 베트남 아내를 맞아 두 딸을 얻고 가정을 이뤘음을 드러내는 시편들도 애잔하다. '나는 탯줄이 가는 줄 알았다/ 송아지 탯줄처럼 저절로 끊어지는 줄 알았다/ 의사는 가만히 가위를 내밀고/ 나는 곱창처럼 주름진 굵은 탯줄을 잘라냈다…(중략) 아내의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으며/ 고생했다고 하자 아내는 베트남 말로 엄마를 찾았다. '('사과 한 알' 일부)

'아내가 모국어로 말할 때면 한 마리 물고기 같다/ 베트남의 더운 열기에 꿈틀거리는 늪 속의 열대어 같다…(중략) 숨을 참고 까치발 서며 물 밖으로 나오던 순간 내 속의 언어는/ 물고기의 그것처럼 둥둥 떠올랐다/ 시집와 아내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물속의 언어'일부)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