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엽 부회장 "스티브 잡스 나와" 노골적 도발 '눈길'

“우리는 누구처럼 ‘제품의 어느 부위만을 잡아라, 그렇게 잡지 말아라’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이폰4는 기술 발전이 아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전혀 나아간 것이 없다.. 잡스는아이폰4의 마케팅밖에 한 것이 없다”“우리는 치사하게 대만에서 만들지 않고, 우리 손으로 만들고 있다” - ‘베가’ 스마트폰 프리젠테이션에서 박병엽 부회장의 말

애플과 스티브 잡스에 대해 팬택이 노골적인 도전장을 던졌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자사의 세 번째 스마트폰 ‘베가’를 첫 공개하는 자리에서 애플과 잡스 그리고 아이폰4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며 정면승부를 선언했다.

15일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열린 ‘베가’의 제품발표회는 1984년 애플의 맥 컴퓨터 광고 영상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잡스의 아이폰4 키노트 장면, 시장조사기관 닐슨의 아이폰 점유율 그래프 등을 차례로 보여주며 “과연 애플 의 아이폰이 최고의 스마트폰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잡스가 키노트 당시 자주 썼던 ‘we(우리)’라는 표현에 대해 “과연 그들이 말하는 ‘우리’가 돼지우리는 아닌가”라고 묻기도 했다.

심지어 “왜 스마트폰에선 누군가가 하라는 대로 좀비처럼 따라가지만 하느냐”고 애플만을 추종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성향을 꼬집으며 “터틀넥을 입고 나온 한 남자(잡스)의 발 밑에서 놀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하는 대로 아이폰이 정말 최상의 스마트폰이 맞는가”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 박 부회장 “애플에 두 번은 지지 않을 것”

‘베가’를 소개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박 부회장은 “스티브 잡스처럼 말은 잘 못하지만 어느 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을 시작했다.

그는 “애플 아이폰으로 인해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며 “팬택 역시 이런 상황에서 위기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기업개선작업 돌입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매출과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놓고 있던 팬택에게 아이폰은 또 한 번 팬택을 존폐의 기로에 서게 했다는 것.

박 부회장은 “애플로 촉발된 패러다임의 전환은 휴대폰을 만드는 기업에서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드는 기업으로 변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년 여 동안 연구·개발 끝에 최초의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출시해 비로소 아이폰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고, 이제 아이폰4와 겨뤄볼 수 있는 ‘베가’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시리우스’ ‘이자르’에 이어 팬택이 세 번째로 내놓은 스마트폰 ‘베가’는 스펙 면에서는 안드로이드 OS 2.1 버전에 퀄컴 스냅드래곤 1GHz을 장착했고 3.7인치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에 정전식 터치방식을 채택했다.

또 지금까지 출시된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가벼운 114g으로 실제 아이폰4와 무게감을 비교해 봐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웹브라우저 플래시를 지원해 컴퓨터와 동일한 컴퓨터 환경을 제공하고, 3D 위젯으로 보다 입체감 있는 화면을 구현하기도 한다.

‘베가’는 무엇보다 디자인 미학을 살려 기존의 스마트폰과 달리 4각의 느낌과 동시에 부드러움과 컴팩트함을 살렸다. 블랙, 화이트, 핑크, 골드브라운 4컬러에 각 색상마다 뒷면 재질을 유광, 무광 두 가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

인체공학적 디자인도 눈에 띈다. 그립감을 높이기 위해 후면 커버 디자인을 손바닥 안쪽 면의 굴곡과 일치하도록 설계했고, 한국인의 평균 손가락 길이가 6센티 인 것을 감안해 쥐고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이밖에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노트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능을 제공하고, 구글 캘린더와 동기화해 다이어리 기능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박 부회장은 “베가를 출시하기 전 3000번 이상의 테스트를 거쳤다”면서 “기술과 상품, 사람을 고려한 역량을 담은 ‘베가’로 “아이폰4와 제대로 승부하겠다. 베가 이후 두 번 다시는 애플에 지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한편 ‘베가’는 아이폰4와의 승부와 함께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도 치열한 승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갤럭시S가 이미 SK텔레콤을 통해 출시 20여 일만에 30만대를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같은 통신사를 통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인 것.

팬택은 ‘베가’를 SK텔레 콤 독점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박 부회장은 “SK텔레콤이 갤럭시S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파트너를 믿는다. 잘 만든 제품을 또한 열심히 팔아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베가는 이달 말부터 국내에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가격은 미정이지만 전작인 ‘시리우스’의 출고가가 9O만원대 였던 점을 감안하면 업그레이드 모델인 ‘베가’의 가격대도 이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