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아시아나가 정부에 '반기' 든 사연

최근 국토해양부 소속 항공교통심의위원회가 인천~파리 노선을 대한항공에 추가 배분키로 한 데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14일 이번 조치에 대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항공사가 '상전'격의 주무부처를 상대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항변에 대해 국토부 측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적법한 절차를 모두 지키고 내린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작년 9월 '국제항공운수권 배분규칙'을 만들어 민간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신설했다"며 "위원들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설명을 듣고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문제의 발단은 200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천~파리 노선은 대한항공이 독점(주7회)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한국 · 프랑스 항공협정이 순조롭게 풀려 주4회를 증편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국토부는 경쟁 촉진을 골자로 한 '국제항공운수권정책방향'에 근거해 주 3회를 2008년 2월 아시아나항공에 배분했다.

이때만 해도 아시아나항공은 나머지 1회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철썩'같이 믿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파리 노선 같은 국제선의 경우 주 3회만으로는 적자가 불가피했지만 경쟁 촉진이라는 정부 방향성이 분명했기에 비행기 구입 등 관련 투자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 대한항공이 나머지 1회를 가져가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매주 월,수,금요일만 운항할 수 있는 열악한 조건 탓에 유럽 여행 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예컨대 런던으로 들어가서 파리를 통해 귀국하는 승객이라면 매일 인천~파리 노선을 운영하는 대한항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제 공은 행정심판위원회의 손으로 넘어갔다. 아시아나항공과 국토부 모두 근거 있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 당국이 일관성을 잃으면서 갈등을 키웠다는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만 믿고 투자한 돈은 어쩌란 말이냐"는 아시아나의 항변이 일리 있어 보이는 이유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