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시한폭탄' LH] (1) 100만호 임대·묻지마 택지개발…정치권에 등 떠밀려 '골병'

(1) 왜 이 지경됐나 - 국책사업에 발목
LH가 극심한 '부채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정확히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궤를 같이한다.

노무현 정부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 전만 해도 통합 전 한국토지공사 · 대한주택공사의 채무 상태는 그런대로 양호한 편이었다. 김대중 정부에서 공기업 개혁을 진행하면서 2000년 15조원이던 금융부채는 2003년 말 11조원으로 줄기도 했다. ◆DJ정부서는 부채 줄어

그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부터 국민임대주택건설 100만호,세종 · 혁신도시 건설 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에 나서면서 부채 규모는 급격하게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적게는 수조원,많게는 수십조원의 재원이 투입되는 이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정부는 천문학적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또 역대 정권들이 수익성 없는 지역 민원 사업을 무분별하게 받아준 것과 통합 전 두 기관이 개발 경쟁을 벌인 것도 부채 급증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경기 양주신도시 옥정지구는 토지공사가,바로 옆 회천지구 사업은 주택공사가 맡아 땅값을 올려놓은 것이 두 기관 간 무리한 경쟁의 대표적인 예다. 이 때문에 2003년 말 20조원에 불과하던 양 기관의 부채 규모는 2008년 말 86조원으로 늘었다. 5년 만에 4.3배로 증가했다. 한때 줄었던 금융부채(이자를 내야 하는 부채)는 이 기간에 11조원에서 55조원으로 5배로 불어났다. 이들 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각각 118조원과 83조원으로 늘어났다. 이자 부담만 하루 100억여원에 육박한다.

◆임대주택 지을수록 적자

이자가 발생하는 금융부채의 대부분은 임대주택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LH는 1982년부터 2008년까지 30년 동안 임대주택 212만호 중 50.5%인 107만호를 지어 공급했다. 그 과정에서 공사의 금융부채 75조원 중 36%인 27조원이 발생했다. 왜 그럴까. 실제 건설비용과 정부 재정 지원의 차이 때문이다. 정부가 지원 예산을 짤 때 잡은 건설비는 채당 8800만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억3100만원이 들어간다. 차액 4300만원이 그대로 부채로 올라간다. 임대주택은 지으면 지을수록 손해만 커지는 적자사업인 셈이다.

LH는 2012년까지 국민임대주택 12만호를 추가 건설할 경우 부채는 14조원,금융부채는 11조원 더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저런 다른 사업까지 합하면 앞으로 공사의 부채는 2011년 151조원,2014년 198조원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이 액수는 2010년 국가예산 293조원의 68%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자산 유동화가 관건

일각에서는 이 같은 천문학적 부채의 심각성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백성운 한나라당 의원은 75조원의 금융부채 중 절반가량은 임대주택을 30년간 장기 임대하면서 서서히 투자비용을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이자 부담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들 자산의 유동화가 여의치 않을 경우다.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 153조원은 팔리지 않으면 자산가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 상태라면 공사가 2~3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재무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


LH는 어떤 회사
지난해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를 합쳐 출범했다. 통합 논의가 시작된 지 13년,통합이 결정된 지 11년 만이었다. 두 기관 간 통합 논의는 정권마다 있었지만 노조 반발 등으로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현 정부 들어 공기업 구조조정이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1년8개월 만에 성공했다.

통합 당시 공사의 총원은 6773명이나 됐다. 현재 414개 지구(1억8000만평)에서 425조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산 규모는 105조원으로 공기업 중 최대다. 민간을 합한 국내 기업집단 중에서는 삼성그룹(175조원) 한국전력(117조원)에 이어 세 번째다. 거함 LH호는 그러나 출범 1년 만에 몸집을 줄이지 않으면 침몰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