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시한폭탄' LH] (1) "국가사업 떠맡아 사실상 정부 부채"

(1) 왜 이 지경 됐나 - 국제신용평가사 싸늘한 눈길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4일 한국 정부와의 연례 협의를 위해 방한,기획재정부를 찾았다. S&P 관계자들은 거시정책과 외환 국고 담당 실무자들과 잇달아 접촉한 후 공기업 부채를 관리하는 공공정책국과도 별도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S&P는 LH의 부채에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LH의 사업구조가 어떻고 부채 규모는 어느 정도이며 국가부채와는 연관이 없는지,또 부채 축소 계획은 어떤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고 전했다. 앞서 이달 초 한국 정부와 연례 협의를 했던 피치도 LH 부채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관심을 나타냈다.

S&P와 피치가 LH 부채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이유는 LH가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 재정으로 해야 할 사업의 상당부분을 대신하고 있고 이로 인해 LH 재무구조에 문제가 생기면 결국 정부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정부도 LH 부채 문제를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LH의 부채 109조2428억원(2009년 말 기준)은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공기업 전체 부채 213조200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또 지난해 국가 부채(정부 부채) 359조6000억원의 30.4%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기업 부채는 국가 부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33.8%로 재정위기에 몰린 남유럽 국가들의 평균 수준(94~140%)에 비해 매우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시하는 국가 부채 적정 수준인 60%에도 훨씬 못 미친다.

하지만 LH나 수자원공사처럼 국가 사업을 떠맡는 공기업들의 부채는 사실상 정부 부채나 다름없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평가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공기업에 문제가 생겨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결국 정부가 짊어져야 하고, 이는 정부 재정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정부 부채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LH 부채가 더해지면 국가 부채는 468조8428억원으로 불어난다. GDP 대비 비율도 44.1%로 늘어난다. 재정부 관계자는 "LH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부채를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국가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