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사채 등급 '초우량'인데…시장에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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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모두 'AA+' 이상성남시의 갑작스런 '모라토리엄'(채무지급유예) 선언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건전성 문제가 불거지면서,채권시장에선 지자체 산하 지방 공기업들이 발행한 공사채의 신용등급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지방 공사채의 신용도는 대부분 초우량등급인 'AAA' 또는 'AA+'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선 지방 공사채가 같은 등급의 회사채보다도 낮은 가격(높은 수익률)에 거래되는 등 채무 상환능력에 대해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수익률은 회사채보다 0.12%P↑
정부·지자체 최종 변제 해주지만
대형사업 고려 등급 차등화해야
◆획일적인 공사채 신용등급15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전국 광역단체 산하 도시개발공사채의 신용등급은 서울시 산하 SH공사와 경기도시공사가 'AAA'이고 나머지는 모두 'AA+'다. 광역자치단체가 직접 발행하는 지방채(지역개발채권)에는 등급이 매겨지지 않으므로 지방 공기업 채권의 신용등급이 곧 해당 지자체의 등급이라 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 도로공사 등 중앙정부 산하 주요 공기업들은 등급이 대부분 'AAA'다.
이처럼 공사채 신용등급에 차이가 없는 것은 부채의 최종 변제책임이 각 지자체와 중앙정부에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일반 기업과 달리 정부의 재정지원이라는 차별적 요인이 존재하므로 공사채 등급은 상대적으로 차등화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광역단체들의 재정상태가 천차만별인 상황이어서 획일적인 등급 분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동양종금증권이 16개 광역 시 · 도의 2008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재정 자립도가 전국 평균 이상인 곳은 서울 경기 인천 울산 등 4곳뿐이었다. 서울시는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를 제외한 자체 조달수익 비중이 85.3%로 광역단체 중 가장 높았다. 인천시(72.8%)와 경기도(66.9%)는 재정 자립도가 높았지만 경상수익 대비 차입부채 비중이 각각 50.6%와 48.8%로 전국 평균(44.4%)을 웃돌았다. 16개 광역단체 중 자체조달수익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전남도(14.0%)와 전북도(17.6%)였고,차입부채 부담이 가장 큰 곳은 대구시(70.8%)였다. ◆회사채보다 높은 공사채 수익률
채권시장에서 'AA+'급 공사채(3년만기)의 평균 유통수익률은 14일 현재 연 4.88%로,같은 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연 4.76%)보다 0.12%포인트나 높다. 그만큼 시장에서 평가하는 신용위험이 커 채권값이 싸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같더라도 시장에서 판단하는 부채 상환능력에는 다소간 차이가 있다. 인천도시개발공사채는 연 4.89%인 반면 전남 · 경북개발공사와 울산도시공사는 연 4.93%에 거래된다. 또 성남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12일 이후 인천 공사채의 유통수익률은 나흘 만에 0.05%포인트,울산 공사채는 0.04%포인트 올랐다. 큰 폭은 아니어도 시장에선 상환리스크가 다소 높아졌다고 본 것이다. 박형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지자체의 재정지원 여력 등을 기준으로 자체 평가한 결과 강원도와 전북개발공사의 신용도 점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낮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파산위험은 '제로'?
'성남시 사태'가 지자체의 채무유예 가능성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만큼,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상환 리스크를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원은 "미국 일본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정부의 파산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며 "국내 지자체들이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점을 감안할 필요는 있지만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와 건전성에 대한 평가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길기모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지자체들이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킨 것이 결국 후폭풍을 맞고 있는 셈"이라며 "신용등급의 차등화가 사업 실효성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사한 사태가 반복될 경우 공기업들에 대한 평가 방법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