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시한폭탄' LH] (1) "토지보상 예상하고 은행돈 빌려 땅 샀는데…"

(1) 얼마나 부실하길래 - 표류하는 파주 운정3지구
15일 오후 경기 파주 운정 3지구 예정지인 교하읍 다율리 248의 25.허염 파주교하신도시 3지구 수용보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대책위 주민들은 "먼저 자장면을 시켰는데 나중에 온 손님에게 음식이 먼저 가는 꼴"이라며 "검단,동탄신도시 등의 보상은 이미 진행됐지만 이곳만 4년째 지연되고 있다"며 목청을 높였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1조2000억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며 땅을 쳤다. 대책위는 지난 9일 LH 파주사업장에서 시위를 한 데 이어 1000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006년 말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파주 운정3지구는 운정1 · 2 통합지구와 교하신도시 사이에 끼어 토지 보상 작업이 수차례 연기되면서 그 피해를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지구 지정 후 업종변경,용도변경,증 · 개축 등의 권리 행사가 가로막혀 이 일대 경제활동이 아예 마비됐기 때문이다. G건설사 퇴직 후 고향에서 노후대책으로 분양사업을 하려 했던 이정한씨(62)는 "사놓은 땅에 한 달에 들어가는 이자만 2억원"이라며 "8910㎡ 규모의 땅을 팔지도 못하고 임대도 주지 못하는 상황이 4년째 지속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파주 운정3지구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이전인 2006년 초 198㎡(60평)짜리 건물 12동을 지어 분양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그해 10월 지구 지정이 발표되면서 임대사업을 하려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이씨는 "당시 투자한 토목 공사비가 10억원"이라며 "개발부담금 6억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들어간 금액만 30억원"이라고 했다.

교하읍 당하리 인근에서 대형 음식점을 하는 이근욱씨(60)도 "한 달에 내야 하는 금융비용만 3000만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 지정 전에 9억원의 융자를 얻어 대형 음식점을 차렸다. 매달 이자가 700만원씩 들어갔다. 하지만 수용대상지가 되면서 지금까지 한 달 운영 최소경비 1000만~2000만원을 고스란히 날리고 있다. 공장주들도 마찬가지다. 6개 공장을 계획하고 들어왔던 가구 공장의 백호진 사장(62)은 "공장 1개를 지은 후 지구지정이 이뤄져 나머지 공장을 짓지 못했다"며 "나머지 필요한 공장을 다른 데서 임대했다"고 말했다. 당초 40억원이었던 투자금액이 현재 80억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파주=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