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외국인이 사들이는 은행株…주가 행방은?

외국인들이 대형 은행·금융주의 순매수에 나서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 증시상황 개선으로 수급이 좋아진데다, 국내 은행주들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어 투자 매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이 코스피 금융업종에서 6일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9일 이후 금융주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4800억원에 달한다.특히 대형 은행·금융주에 대한 매수세가 눈에 띈다. 지난 9일 이후 KB금융에서는 400만주 이상을 사들였고,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도 100만주 넘게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해외시장이 나아지면서 수급상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많이 사고 싶을 때 주식 유동성이 좋은 대형주를 고른다"며 "그 중 하나가 은행주"라고 말했다.시가총액이 크며 대주주의 보유지분이 작기 때문에 쉽게 사고 팔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매수세를 강화해 전날까지 코스피에서 5일간 평균 451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저평가 상태에 있는 것도 은행주의 매력 중 하나다.

존 포드 피델리티 인터내셔널 아태지역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14일 "한국의 일부 은행들과 금융기업들은 현재 매력적인 주가 수준을 보이고 있고 이는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피델리티 CIO 아태지역 상반기 리뷰 및 전망 보고서'에서 밝혔다. 심규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이 워낙 낮다 보니 외국인 매수세가 들어오는 것"이라며 "7, 8월은 은행주가가 시장 수익률을 초가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은행들의 올 2분기 실적 발표와 유럽연합(EU)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재정건전성평가) 결과도 악재보다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JP모건체이스를 시작으로 미국 대형 은행들의 실적발표가 줄줄이 이어질 예정이다. JP모건체이스는 15일(현지시각) 올 2분기에 순익이 76%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주당순이익은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71센트를 훌쩍 넘어선 1.09달러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시티그룹은 16일(현지시각)에 각각 올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가 추정한 두 기업의 주당순이익은 BOA가 22센트, 시티그룹이 5센트다. 심규선 연구원은 "미국 은행의 호실적은 대외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며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3일 발표될 유럽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불확실성을 씻어줄 만큼 명확한 결과가 나오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내 은행이 올해 3분기에 얼마나 실적을 회복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구경회 연구원은 "경기흐름이 좋아지고 있는데 대출이 안 늘어난 경우는 없다"며 "건설 부문 대출이 줄더라도 일반 제조업에서 대출이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은행에 대한 투자를 권했다.

김재우 연구원도 "금리인상으로 마진이 개선되고 충당금도 더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4, 5월에 대출증가율과 연체율이 모두 낮았는데 이는 유동성 공급이 줄었는데도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구용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민간부문이나 대외 문제가 해결된 건 없다"며 "2분기에 실적이 안 좋으니 3분기에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얼마나 개선될 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또 전망치를 밑도는 2분기 실적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