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문어와 재테크

남아공월드컵에서 스페인 우승을 비롯해 8경기 연속으로 승자를 맞힌 문어가 화젯거리였다. 독일 오베르하우젠 수족관의 '영험한 문어' 파울의 신통력은 과연 진실일까.

'펠레의 저주'마저 무력화시킨 문어의 지능이 다른 동물에 비해 높다지만 파울이 국가별 축구전력을 분석했을 리는 만무하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파울이 승자를 분석해 예측하는 능력을 가졌다기보다는 가로 줄로 그려진 독일 국기를 고르는 방법을 익혔을 것으로 해석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독일 · 세르비아 · 스페인 국기가 모두 가로줄로 만들어진 것에 주목했다. 문어는 색깔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색의 밝기와 형태는 구분한다. 독일 국기를 고르는 데에 익숙한 파울이 더 밝아보이는 세르비아 국기와 스페인 국기를 실수로 골랐을 것이란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문어의 작은 혼동이 우연히 승패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전문가가 동물보다 못했던 사례는 주식시장에서도 있었다. 과거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원숭이와 펀드매니저 간의 수익률 게임에서 원숭이가 이겨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주식시세표에 다트를 던져 종목을 선택한 원숭이가 치밀한 분석을 거쳐 투자 종목을 선정한 펀드매니저보다 좋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하지만 원숭이는 주식시세표에 다트를 던졌을 뿐 해당 기업의 내재가치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학적인 분석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프랑스 생물학자 에티앵 로퀴앵은 문어의 예측 성공과 관련,"성공한 예측에만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기적처럼 여겨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월드컵 경기예측에 동원된 동물은 가나의 타마린원숭이 '안톤',세르비아의 피그미하마 '페티'등 여럿이 있었지만 파울 말고는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재테크 투자자들이 월드컵 스타 문어 '파울'에서 배울 것은 무엇일까. 약간의 학습과 우연이 일치돼 맞아떨어진 '통박'이 아니다. 문어(octopus)의 8개의 다리처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것이다. 굳이 8개로 나누자면 주식 채권 펀드 예금 보험 연금 부동산 미술품 등을 들 수 있다.

정구학 편집국 부국장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