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문화 기행] (10) 영국 캔터베리‥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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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풍자·인물 묘사제프리 초서(1343~1400)는 일반에게는 다소 낯선 존재다. 그러나 그를 뺀 영문학이란 생각할 수조차 없다. 그가 살던 시대는 아직도 영어보다는 프랑스어가 더 고상한 언어로 간주돼 대부분의 영국 작가들은 프랑스어로 문학 작품을 쓰고 있었는데 초서는 영어로만 작품을 쓴 선구적인 존재 중 한 사람이다. 이 점에서 그는 '영시의 아버지'로 불린다.
근대 영문학의 선구
《캔터베리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문호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영향을 받은 아류 작품으로 볼 수도 있지만 초서의 작품은 생생한 인물의 성격 묘사에서 보카치오를 능가한다. 또 작품 전반에 흐르는 유머와 따스한 인간애는 풍자로 일관한 보카치오가 갖지 못한 장점이다. 게다가 보카치오의 작품이 산문으로 쓰인 데 비해 초서의 경우는 정제된 운문으로 쓰여 한층 높은 격조를 갖췄다.
등장인물도 《데카메론》이 귀족들만 '출연'시킨 데 비해 《캔터베리 이야기》는 귀족,성직자,노동자 등 모든 계층을 망라한 캐릭터들이 하나의 인간희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세계 문학사의 거봉은 초서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유머감각과 탁월한 인물 묘사는 초서의 가지에서 발아한 화려한 꽃이라고 할 것이다.